진로 재상장, '롯데'가 걸림돌 되나

머니투데이 원종태 기자 | 2008.12.24 14:48
내년으로 미뤄진 진로의 재상장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증시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롯데와의 경쟁으로 인해 마케팅 비용이 증가해 수익성이 나빠질 수 있다는 게 이 같은 분석의 주요 내용이다.

24일 증권업계 및 주류업계에 따르면 관련 전문가들은 진로의 내년 재상장 건이 롯데그룹의 두산주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롯데그룹이 소주 업계 마케팅 경쟁에 불을 붙일 수 있는데다, 이로 인해 진로의 시장점유율이 감소할 가능성도 있어서다. 이 같은 흐름은 진로의 주당순이익과 재상장 이후 주가 추이에도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진로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

진로는 당초 올해 재상장할 예정이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증시가 악화돼 내년으로 재상장을 미룬 상태다. 진로는 내년 5월까지 상장하지 않으면 상장 예비심사 등 원점에서 상장 절차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재무적투자자 풋백옵션, 재상장 쉽지 않다

증권업계에서는 그러나 이 시한까지 재상장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 증시 전문가는 "특히 상장 후 주가흐름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되면 진로가 상장 자체를 또 다시 미룰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진로는 재상장후 6개월차의 한 달 평균 주가가 5만4000원∼5만6000원을 넘어야 한다. 일종의 커트라인인 셈. 지난 2005년 하이트맥주는 진로 인수에 공동 참여한 6개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진로 주가가 이 수준을 넘지 못하면 하이트홀딩스가 주식을 되사주겠다는 '풋백옵션'을 내걸었다.

재상장후 주가가 이 커트라인 아래로 떨어지고 재무적 투자자들이 풋백옵션을 행사한다면 하이트-진로그룹은 1조1000억원이 넘는 돈을 재무적 투자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당장 내년 2월 산업은행과 산은캐피탈이 진로 인수 때 투자한 1170억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연이어 내년 3월에는 2000억원, 2010년 9월에는 8200억원의 만기도 이어진다.

한화증권 박종록 애널리스트는 "상장후 주가가 5만4000원∼5만6000원을 넘지 못하면 재무적 투자자들이 풋백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게 하이트-진로그룹의 고민"이라며 "그러나 기관투자자들은 진로 재상장 적정 주가를 5만원 이하로 보고 있어 진로측이 재상장을 쉽게 결정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하이트홀딩스가 석수와 퓨리스, 하이트개발 등 계열사 보유지분을 매각해 280억원의 현금을 마련한 것도 풋백옵션 행사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다른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진로가 재무적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연 수익률이 9%대로 높기 때문에 만기가 와도 재무적 투자자들이 풋백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롯데와 한판 경쟁도 재상장에 부담

롯데그룹이 진로의 경쟁사인 두산주류를 인수한 것도 진로 재상장을 꼬이게 한다. 롯데가 소주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대대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 경우, 진로의 판매량이 줄어들 수 있다. 진로가 맞불 차원에서 마케팅 비용을 늘린다면 수익성이 악화돼 주가에도 좋지 않다.

주류업계 관계자들은 "두산주류를 인수한 롯데가 초기에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 있다"며 "벌써부터 진로와 한판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진로는 재상장이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강조했다. 진로 관계자는 "하이트홀딩스는 1조원이 넘는 현금을 동원할 수 있어 재무적 투자자들이 풋백옵션을 행사해도 이를 갚는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재상장시 기관투자자들이 참여하지 않더라도 그룹의 자체자금으로 공모에 참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네 남편이 나 사랑한대" 친구의 말…두 달 만에 끝난 '불같은' 사랑 [이혼챗봇]
  2. 2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3. 3 '6만원→1만6천원' 주가 뚝…잘나가던 이 회사에 무슨 일이
  4. 4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5. 5 "곽튜브가 친구 물건 훔쳐" 학폭 이유 반전(?)…동창 폭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