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로펌과 M&A 앞세운 신종 머니게임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 2008.12.24 07:52

- 휴람알앤씨 석연찮은 M&A소동

"적대적 인수를 빙자한 신종작전"
"로펌을 앞세운 위풍당당한 머니게임"


최근 휴람알앤씨 사태를 지켜본 업계 관계자들의 싸늘한 관전평이다.

지난 10월말 220원이었던 휴람알앤씨 주식은 40일만에 9배 넘는 1995원까지 치솟았다. 느닷없이 등장한 한 개미투자자의 적대적 인수합병(M&A)선언 때문. 이후 경영진과 이 개미는 화해했고, 주가는 다시 보름도 안 돼 580원으로 내려앉았다.

표면적으로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유상증자 기간에 벌어진 일이라는 점이 개운치만은 않다.

결과적인 얘기지만, 회사로선 '회사를 먹겠다'며 덤빈 개미, 정만현씨가 고마울 수밖에 없다. 유상증자만 했다하면 '불발'되던 시점에 회사 측은 70.41%의 우수한 청약률로 191억원의 자금을 조달했기 때문이다.


'과연 이 개미는 누굴까'. 시장에서는 의혹 투성이다. 이례적인 '공개 기업사냥'과 '극적 화해', 주가의 급등과 급락행진이 진행되는 동안, 이 개미는 철저히 자신을 숨겼다. 그리고 상황의 모든 대변과 협상을 법무법인 시공에 맡겼다. 로펌은 이 개미가 '정 사장님'이라 불리는 고객일 뿐 신상은 아는 바가 없다고 말한다.

휴람알앤씨 경영진 측은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당시 신규사업 추진이 임박한 터라 정 씨의 과도한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정 씨는 자회사 우원이알디의 지분을 받고 향후 주총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정 씨는 로펌의 '변호'를 받으며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고, 휴람알앤씨는 적어도 유증에 성공했다. 유증자금으로 서평에너지라는 석탄무역회사의 지분을 사들였고, 대북수혜주, 4대강 사업수혜주, 아프리카 자원개발 등의 호재를 내놓고 있지만 주가는 여전히 곤두박질치고 있다.

결국 피해는 적대적 M&A에 현혹된 '진짜 개미'와 유증참여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만 바라보고 매매하다 '낭패'를 본 투자자들. 이들은 적대적 M&A를 부르짖던 한 개미와 로펌, 경영진 사이의 관계가 여전히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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