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부동산시장은 지금 '실망반 기대반'

머니투데이 송복규 기자, 정진우 기자 | 2008.12.23 18:25

정부 강남 규제완화 결정 유보…단지마다 반응 제각각

▲대치동 은마아파트


'실망, 관망 그리고 기대.'

지난 22일 청와대 업무보고 과정에서 정부가 예상을 깨고 굵직한 정책 결정을 유보하면서 서울 강남 부동산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매물에 관심을 보였던 매수자들은 한발 물러섰고 최근 강세를 보였던 매도 호가는 다시 약보합세로 돌아섰다.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에도 시장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자 정부는 이달말이나 다음달초 규제 완화책을 최종 결정하겠다고 23일 밝혔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해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 △수도권 미분양주택 양도세 5년간 면제(과밀억제권역 제외) 등 조치들을 서둘러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개포주공과 은마아파트, 잠실주공5단지 등 강남 대표 단지 주민들의 반응이 제각각이어서 눈길을 끈다. '오락가락 정부'라며 불만을 쏟아내는가 하면 특별한 반응없이 시장을 관망하기도 한다. 조만간 모든 부동산 규제가 풀릴 것이라며 또 한번 기대를 거는 모습도 포착됐다.

▲개포동 개포주공
이날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주민들은 이번 강남3구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해제 유보 결정에 실망하는 빛이 역력하다. 이 단지는 강남권에서 재건축 추진이 비교적 빨른 만큼 대출규제 여부에 따라 투자자들의 유입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개포주공1단지 43㎡ 매도호가는 6억원선. 이달초 5억7000만∼5억9000만원선에서 최근 6억2000만원까지 올랐다 다시 주저앉았다. 하지만 매수세는 딱 끊겼다. 개포주공4단지도 마찬가지다. 이 단지 36㎡는 이달초 4억5000만원에서 최근 5억원까지 호가가 치솟았지만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날 단지 주변 몇몇 중개업소에는 주민들이 모여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해제 결정이 왜 미뤄졌는지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현장에서 만난 최형석(가명·43)씨는 "대통령이 바뀌면 대출 문턱이 낮아지고 재건축도 속도를 낼 줄 알았는데 사실 달라진게 거의 없다"며 "부동산 정책을 놓고 이랬다저랬다하는 정부를 생각하면 한숨만 나온다"고 토로했다.

개포주공에 거주하는 김봉기(가명·54)씨도 "부동산 규제 완화정책으로 수도권 전역의 규제가 풀렸지만 강남은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며 "노무현 정부가 강남 거주자들을 투기꾼으로 몰았던 것과 도대체 뭐가 다르냐"고 말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조용하다. 매수·매도자들은 동요없이 시장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매수자들은 102㎡ 매물이 7억원대 초반으로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지만 현재 이 단지에는 8억원 이하 매물이 없다. 112㎡는 9억5000만원선에 급매물이 나와 있다.

은마아파트 인근 E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급매물이 몇건 거래된 이후 추가로 나오는 매물도, 매물을 사겠다는 사람도 없다"며 "정부의 최종 결정에 따라 최고 1억원까지 벌어진 매도.매수 호가가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는 기대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강남3구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되진 않았지만 제2롯데월드 등 개발 호재로 주민들이 한껏 고무돼 있다.

이 단지 112㎡의 호가는 9억5000만원. 이달초 9억원 안팎이었던 호가가 부동산 추가 규제 완화 소식에 힘입어 일주일새 5000만원이나 올랐다. 거래는 실종됐지만 호가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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