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시험대' 올라선 현대車 전주공장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 2008.12.23 16:22

'비상경영체제' 산업계…'쌍방'의 과감한 협력만이 '살길'

달라도 너무 다르다. 현대자동차 전주공장(버스 및 트럭 생산)은 지난해만 해도 최장 9개월까지 주문이 밀릴 정도로 물량이 많아 감당이 안될 정도였다.

지난해 3월 버스라인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근무제도 주간 1교대제를 2교대제(주간 10시간+야간 10시간)로 바꿨다. 진통도 많았다. 2번이나 조합원들의 반대로 무산된 끝에 10개월 만에 이룬 합의였다. 그리고 내년 1월부터는 주간 연속 2교대제(8+9) 시범실시를 앞두고 있었다.

이런 전주공장이 글로벌 자동차산업 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현대·기아차는 22일 경기침체 극복을 위한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고 그 방안 중 하나로 전주공장 1교대제(8+0) 추진을 내세웠다. 지난해말 700~900대선이던 대형버스의 내수판매가 지난달 503대로 떨어지고 올 9~11월 현대차 전체 상용부문의 내수판매도 지난해보다 30% 줄었다.

이로써 채 두 해를 넘기지 못하고 근무제 변경이 또 도마에 올랐다. 노조는 당장 불만이다. 회사가 인력을 새로 뽑아 지난해 2교대제로 바꿀 때 전주공장 조합원들이 우려했던 ‘물량 감소에 따른 잉여인력 발생’이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현대차지부 전주위원회 관계자는 “사측이 그렇게 2교대제를 밀어 붙여놓고 지금 와서 경기불황을 빌미로 일방적인 근무제 변경을 추진하는 데 응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회사측은 “상황변동에 따른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고민한 것”이라며 “세부사항은 추후 노조와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현대차 노사관계의 최대현안인 주간연속2교대제가 걸린 까닭이다. 주간연속2교대제는 근무 시작시간을 가능한 앞당겨 2교대제를 운영하면서도 밤샘근무를 없애는 근무형태. 이 제도를 시범실시하기로 한 전주공장에서 먼저 1교대 추진안이 나왔다는 점에서 민감할 수밖에 없다.


노조는 2009년에 근무체제를 반드시 주간연속2교대제로 전환해 잔업과 상관없이 임금이 보장되는 ‘월급제’로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얼어붙은 경기만큼 노사관계도 싸늘해지는 양상이다. 하지만 지난해 성공적 노사협력의 경험이 있다. 극적으로 2교대제에 합의한 전주공장은 2007년 국내 대형버스 시장에서 전년대비 38% 늘어난 9288대를 판데 이어 해외에서도 41.5% 증가(3864대)한 판매성과를 거뒀다. 올해도 경기한파가 몰아치기 전까지는 연간 생산능력 12만5000대의 세계최대 규모 상용차 단일 공장이라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천국과 지옥 중에서 지옥은 결정적인 순간에 중립을 지키는 자들이 가게 됩니다.” 지난해 비난을 무릅쓰고 2교대에 합의했던 당시 노조 집행부가 남긴 이 메시지처럼 지금이 노사 모두에게 ‘지옥문 결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서 과감한 결단을 못 내린다면 회사가 지옥문으로 걸어 들어가는 건 순식간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현대차의 노사협력 여부는 자동차업계 뿐 아니라 산업계 전반에 위기극복 가능성을 점쳐 볼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극단적 위기를 맞아 일방의 희생이 아닌 노사 양측의 '극단적'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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