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 역사적책임·능력 따져야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 2008.12.23 14:00

정래권대사 "국민소득 2만불이라고 부속서1편입? 안되는 말"

2013년 이후 국제 온실가스 규제체제에 대한 결정을 앞두고, 우리나라가 주요 개발국가와 같은 감축의무를 지는 건 부당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정래권 기후변화대사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기후변화 기본법 제정을 위한 입법공청회'에 토론자로 참가해 "우리나라에게 주요 개발국(교토의정서상 부속서1국가)이라는 선택지는 과도한 부담이지만 반면 개발도상국처럼 우리가 지나치게 성장을 강조할 수는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대사는 "기후변화 협약은 선진국이 지난 100년간 산업혁명 이래 온실가스를 배출한 역사적 책임에 근거해 개도국과 차별화된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이는 선진국의 경우 이미 충분한 개발이 완료된 국가인 만큼 향후 경제성장을 희생하는 한이 있더라도 온실가스 감축이 우선돼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반면 개도국의 경우 현재 기후변화에 대한 역사적 책임이 없으며 아직 개발수준이 충분치 않은 만큼 향후 성장을 보장해야 한다"며 "다만 개발 과정에 기후변화를 방지하기 위해 온실가스를 예상 배출량보다 줄이는 노력이 기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대사는 "기후변화협약상 선진국 명단인 부속서 1은 단순히 국민소득이 높다고 기재한 게 아니며 과거 온실가스 배출로 현재 기후변화를 초래한 책임이 있는 국가들의 명단"이라며 "우리 국민소득이 단순히 2만불(환율 영향으로 다시 1만2000~1만3000불로 떨어졌지만)이라고 부속서 1에 들어가야 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미국 의회가 마련한 바 있는 리버만-워너 법이 온실가스 감축조치를 실시하지 않은 국가에 무역제재를 하는 내용을 포함시킨 바 있다며 "비록 법안 자체가 폐기되긴 했지만 앞으로 미국이 적극 감축목표를 설정하게 되면 미국은 이런 조항을 포함시킬 것이 확실시된다"고 전망했다.

외부의 강요에 의해 온실가스 감축 압박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기술과 능력에 상응하는 감축조치에 지금이라도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 대사는 또 향후 우리 정부가 만들어야 할 기후변화 기본법에 대해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목표치 설정 △온실가스 배출량 목록(인벤토리) 구축 △감축목표치의 부문별 배정 △비용효과적 온실가스 감축방안인 배출권 거래제 구축 등 내용을 포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인기 국회 기후변화특별위원장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는 배출권거래제 및 탄소세제 등 온실가스 배출량에 가격을 매기는 방안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이명균 계명대 교수는 "배출권 거래제 실시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고려하자면 지금부터 논의를 진행시키는 게 바람직하다"며 "배출권 거래제가 온실가스 배출저감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궁극적으로 '캡 앤드 트레이드(온실가스 배출상한 설정 및 초과감축분 거래제)'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승래 조세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우리나라는 과거 저에너지 가격정책으로 환경·에너지 효율성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다"며 "연료에 포함된 탄소의 양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등 기본적으로 환경세는 오염배출량과 관련지어서 부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경훈 포스코 환경에너지실장은 "캡 앤드 트레이드는 비록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이며 GDP(국내총생산) 규모 10위권이라 하더라도 중공업 기반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와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의 특성상 산업에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김소림 한국자동차공업협회 상무도 "캡 앤드 트레이드 방식의 배출권 거래제는 일본도 미실시 중"이라며 "배출권 거래제를 실시할 경우 신규투자 저해, 원가상승, 제조업 해외이전 가속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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