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끝났다고? 1라운드만···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08.12.22 17:32
'외환위기'는 이제 일단락된 것일까?

한미 통화스와프 협약이 체결되고, 한때 1500원 위로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도 1300원선으로 안정되면서 지난 9월 이후 한국을 강타한 외환위기가 해소된 것 아니냐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당국과 시장 모두 '1라운드'는 끝났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향후 실물경기 침체로 미국의 기업여신, 상업부동산 대출 등의 부실상각이 본격화될 경우 외환위기 '2라운드'가 시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19일)보다 19.0원 오른 1309.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최근 급락에 따른 조정으로 이날 상승하긴 했지만, 지난 4일(1477.0원) 이후를 놓고 보면 12거래일 동안 168원(11.4%)나 급락했다. 환율이 1500원을 웃돌았던 지난달말과 비교하면 200원 가량 떨어졌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지난 12월까지 은행권에 각각 265억달러(무역금융 지원분 포함), 102억달러 등 총 367억달러 외화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외화자금 사정이 크게 개선된데 따른 것이다. 10월말 한미 통화스와프 협약이 체결된 뒤 실제로 지난 2일, 9일 두 차례에 걸쳐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 70억달러가 국내 외화자금시장으로 반입된 영향도 컸다.

그동안 외화를 서로 빌려주는 외화자금시장의 달러화 부족으로 은행들이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를 사재기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환율을 밀어올렸지만, 이제는 이 같은 불안감이 거의 사라졌다.

여기에 경상수지가 지난 10월 49억1000만달러 흑자를 시작으로 '흑자 기조'로 돌아서면서 외환시장의 수급 사정도 개선되기 시작했다. 외국인이 주식시장에서 순매수세로 돌아선 것도 환율 안정에 한몫했다.


우리나라의 부도위험을 보여주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만기 5년)의 신용부도스와프(CDS) 가산금리도 지난 10월27일 699bp까지 치솟은 뒤 하락세를 보이며 300bp대로 내려섰다. CDS 가산금리가 떨어진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의 국가부도위험이 줄었음을 뜻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여전히 조심스럽게 보고 있지만, 불과 10일 전과 비교해도 외화자금시장과 외환시장의 상황이 크게 개선된 것은 사실"이라며 "앞으로도 미국 실물경제 악화에 따른 불안감은 있겠지만, 9월15일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 경색처럼 급박한 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외환위기가 완전히 끝났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나라 은행들 입장에서는 여전히 갚아할 외채가 많고, 해외에서의 외화차입 역시 아직 원활하지 않다는 점에서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은 "미국의 CDS 금리가 60∼70bp 수준에서 더 이상 떨어지지 않고 있는데, 이는 국제금융시장이 여전히 불안하다는 뜻"이라며 "해외차입 시장은 아직 충분히 풀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의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보다 여신 규모가 큰 기업 대출, 상업부동산 대출 등의 추가 부실 규모도 변수다. 경기침체 심화로 인해 손실처리해야 할 부실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경우 다시 한번 미국으로의 급속한 '달러 환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으로 미국 대출시장의 추청손실 총 4250억달러 가운데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손실은 500억달러에 그친 반면 기업 대출과 상업부동산 대출의 손실은 각각 1100억달러, 900억달러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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