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민영화 '정책금융'에 힘실린다

머니투데이 이새누리 기자 | 2008.12.22 16:50

산은 "이제 다시 시작…갈길 멀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후퇴했던 산업은행 민영화 논의가 재부상했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올해 안에 민영화 법안을 국회 처리하기로 합의하면서다.

한 때 여당에서까지 '민영화 무기연장' 얘기가 나왔지만 이런 때일수록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기능이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으면서 당정간 한목소리가 도출됐다.
 
◇정당성은 확보= 산업은행은 민유성 행장을 필두로 전방위적인 민영화 설득 노력을 해왔다. 민 행장은 "시장안전판 역할과 민영화 준비는 상충되는 게 아니라 병행돼야 할 과제"라면서 민영화 법안 통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단 틀을 만들어놔야 한국정책금융공사(KPBC)가 출범할 수 있고, 그래야 재정을 직접투입할 때보다 많은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다. 공사의 레버리지 여력을 활용하면 중장기적으로는 100조원(추정치)의 정책금융 지원역량을 확보할 수 있다.

산은 고위관계자는 "산은 민영화 법안은 민영화도 하면서 안전판 역할을 강화하는 구도"라며 "산은도 당분간 지분매각 없이 100% 정부은행으로 남게 되기 때문에 시중은행의 자본확충이나 기업구조조정 등 공적기능을 강화할 명분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과 '겹치기' 보증도 없앴다. 기존에는 신보·기보와 정책금융공사간 차별성이 명확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추가 대출에 대해서만 온렌딩(정부가 민간은행에 자금을 간접지원하는 것) 방식으로 보증하기로 했다.

최경환 한나라당 수석정조위원장은 "이번 법안의 방향성은 민영화가 아니고 정책금융공사에 방점이 있다"며 "외환위기 이후 한국은행이 특별융자를 하듯 은행 증자나 구조조정 등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갈길은 멀다= 산은은 일단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입장이다. 연내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이번 합의는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합의여서 야당의 반발은 불가피하다. 민주당 등은 애초부터 산은 민영화에 반대표를 던졌다. 현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법안 등을 놓고 여야가 극심하게 대치하는 터라 여건은 더 안 좋다. 법안은 아직 국회에 제출되지도 않아 국회의결 과정에서 법안 문구가 수정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본격적인 지분매각이 언제 이뤄질지 모르는 점도 변수다. 법안은 통과되더라도 지분매각 시기는 시장 상황과 매수자의 출연 등 바깥 사정에 따라 지분매각 시기는 대통령령으로 정하기로 했다. 금융위기가 실물로 번져가는 상황에서 기약없는 약속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일본개발은행(DBJ)의 경우 2005년 민영화를 선언하고 2007년 관련 법안을 만들었다. 하지만 지분 매각은 아직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민영화 종료시점이 2013~2015년인 만큼 민영화가 완전히 마무리되기까지 길게는 10년이 걸릴 수 있다.

이 때문에 당정은 산은지주회사에 민영화 이행위원회를 꾸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위원회는 민영화가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금융위원회에 진척 상황을 정기적으로 보고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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