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사의 뒤늦은 고백

홍혜영 기자 | 2008.12.22 07:05

[연말기획 3-<3>]경제위기 어디까지 왔나?

"우리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왔다." "소가 만든 상품이라도 등급은 매겨야 해."

어느 범죄자의 고백도, 우시장에서 육질 등급 매기는 사람의 말도 아니다. 생뚱맞게도 국제 신용평가회사 직원의 e메일과 대화록에서 나온 말들이다.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발 금융위기의 한 가운데에 신용평가사들이 있었다. 이들이 정보의 균형을 유지하지 못하고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에 빠지면서 위기의 암세포는 더욱 빠른 속도로 퍼져갔다.

무디스와 스탠더드앤푸어스(S&P) 등 신용평가사들은 신용도가 의심스러운 수천 개의 모기지담보증권(MBS)에 최고등급인 'AAA'를 부여했다가 올들어 일제히 강등시켰다. 결국 MBS 가치가 급락하면서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러더스 등 유수 투자은행이 무너졌다.

미국의 대형 신용평가회사들은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상당 부분 모범으로 삼고 있는 모델이다. 하지만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던 미국 대형 신용평가사들 역시 중립을 유지하기 어려운 사정은 마찬가지다. 신용평가사들이 평가를 받는 회사들이 지불하는 수수료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신용등급의 적정성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결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통해 평가의 신뢰성은 땅에 떨어졌고 구조화금융 평가사업부 임직원들이 대거 해고를 당했다.

급기야 "수익을 올리기 위해 부적절하게 신용을 평가해왔고 내부적으로 도덕적 불감증에 빠졌다"는 '고해성사'까지 나왔다.

하지만 너무 늦은 고백이었다. 이같은 충격적인 고백이 세상에 알려지기 전까지 신용평가회사 경영진은 "우리 시스템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단지 주택가격이 예상 밖으로 급격히 떨어져 평가의 신뢰도에 문제가 생겼을 뿐이라는 것이다.

정작 신용평가사들의 '신용'은 누가 평가해줄 것인가. 레이몬드 맥대니얼 무디스 회장은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서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며 "우리는 평가 방법을 개선하고 분석 투명성을 높였으며, 이해 상충을 피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을 채택했다"고 말했다. 무디스 회장의 말이 사실일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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