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시장]테헤란로의 가로수

김진한 변호사 | 2008.12.22 09:56
겨울로 접어들면서 테헤란로의 가로수는 스스로 잎을 떨어뜨리거나 가지치기를 기다리고 있다. 잎이 다 떨어지거나 가지치기가 끝나고 나면 테헤란로의 풍경은 평소보다 썰렁해진 도로 풍경으로 다가온다.

가로수는 햇빛과 물, 영양분이 적은 겨울의 악조건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부득이 한 해 동안 키우고 만든 잎들을 버린다. 영양부족으로 나무 전체가 죽게 되는 일을 피하기 위해 그 다음해 봄까지 살아남아 좋은 날씨와 빛이 있는 계절에 다시 잎을 피울 것을 기다린다.

테헤란로 가로수의 낙엽과 가지치기를 보면서 최근 아주 추운 계절을 맞고 있는 우리 경제를 생각해 본다.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 이후 다소 안정을 찾은 후 계속적으로 성장해 오면서 큰 굴곡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히려 외환위기를 잊으면서 오랫동안 따뜻한 계절을 살고 있었으니 갑자기 찾아온 겨울이 생소하고 더 춥게 느껴질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겨울은 겨울. 피해갈 수 없으니 낙엽수들처럼 추운 겨울을 날 준비를 빨리 해야 할 것 같다는 급한 마음이 든다.

최근 국내외 경제여건이 불안정 상태에 있고 앞으로 더욱 나빠 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여러 대형기업과 금융기관들이 곤란을 겪고 있다. 물론, 과거 적절하지 않은 경제운용 또는 기업운용 등에 기인한 부분도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우선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실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소위 4대 경제주체 중 외국부문을 제외한 정부, 기업, 가계 부문이 어떻게 얼마나 변화할 것인가를 빠른 기간 내에 결정하고 이를 실행함에 있어 각 경제주체의 경제활동 기반을 이루고 있는 각종 법령들이 제대로 갖춰져야 하고 불필요하거나 현재 상황에 맞지 않은 것은 수정돼야 마땅할 것이다.

과거 회사정리법, 파산법, 화의법 등으로 나눠져 있던 도산 관련 법제도가 적절한 시기에 통합, 시행돼 최근 기업회생을 추진하는 개인이나 기업이 과거보다 더욱 신속하게 갱생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정비된 점이 그 좋은 법제도 정비 사례라고 할 것이다.

행정부는 면밀한 검토와 신속한 법집행을 위해 개정 또는 제정이 필요한 법률이 있는지 기업과 가계에게 불편과 비효율을 초래하는 부분이 있는지를 살핀 후 이를 치유할 수 있는 입법조치를 하는 데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더욱이 최근의 악화된 경제여건에서는 더욱 국민을 섬기고 생각하는 입장으로 국민을 위해 언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되짚어 봐야 한다.


아울러, 국회는 그야말로 국민의 민의를 반영해 고유의 입법기능을 성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정상화 돼야 하며 국민의 기대와 생각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 그야말로 혹독한 경제적 시련기의 한 가운데에서 제대로 옷도 걸치지 못하고 쌀쌀한 찬바람을 맞으면서도 건강을 잃지 않고 버텨내야 하는 숙제를 가지고 있다. 소위 '시베리아 벌판'보다 더 혹독한 추위를 맞고 있는지 모른다.

이런 와중에 혹자는 지금의 경제적 어려움은 아직 본격화된 것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하다고도 한다. 내년은 실물부문의 침체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각 경제주체는 가로수가 추운 계절을 나기 위해 습관적으로 잎을 떨어내고 가지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을 상기하면서 정부는 신속하고 효과적인 정책을, 국회는 고유의 기능을, 기업은 생존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일반국민과 가계는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기 위한 고통분담을 하며 동참해야 할 것이다.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나서는 정부, 국회, 기업은 시련극복에 동참하고 고통을 참아준 국민들에게 보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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