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2위 국부연기금이 한화를 매도한 이유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 2008.12.26 07:50

[우리 경제에 HIM을]<3-3>A.폴레스달 노르웨이연기금 윤리위원

편집자주 | '자본가는 약탈적, 시장은 약육강식의 장'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투자자,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깨끗한 가난함(淸貧)’보다는 ‘깨끗한 부(淸富)’를, 희생보다는 공존을 추구한다. 사회책임투자자, 윤리적ㆍ친환경적 소비자다. 생존 투쟁이 격심해지는 불황기에 이들은 경제에 더 큰 힘을 발휘한다. 머니투데이는 이들을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을 만드는 'HIM(Humane Investment and Market)', 즉 인간적인 투자와 시장이라 이름 붙이고 국내외에서 HIM을 만드는 사람들과 그 현장을 찾아 전달한다.

지난 2007년 5월, 노르웨이정부연기금(NGPF)을 관할하는 재무부가 국내 방위산업체인 한화에 질문서를 보냈다. "귀사는 집속탄을 생산하고 있습니까?"

집속탄은 탄두 속에 소탄두가 들어있어, 한번 발사되면 공중에서 소탄두가 쏟아져 넓은 지역에 폭탄이 떨어진다. 살상력이 높은 만큼 적군이 아니라 무고한 민간인을 해할 수도 있다.

한화에서 돌아온 답변은 "집속탄을 생산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자주국방을 위해 쓰일 뿐이며 비윤리적 목적을 위해 사용되지 않는다"였다.

이에 노르웨이정부연기금은 보유하고 있던 한화 주식을 전부 매각했다. 약 750만 크로네, 우리돈 14억1400만원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같은 이유로 국내 방산업체인 풍산을 투자대상에서 제외했다.

안드레아스 폴레스달 노르웨이정부연기금 윤리위원(오슬로대 교수)은 "비인도적 무기를 생산하는 업체를 투자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윤리지침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04년 이후 노르웨이정부연기금 윤리위원회는 전 세계 총 70여 기업에 대한 투자철회 여부를 심사해 19곳의 회사 주식을 전량 매각하게 했다.

이 연기금은 2006년 1264억원 상당의 월마트 채권을 처분했다. 공급업체들의 노동착취를 방조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몬샌토는 인도 면화씨 생산현장에서 아동노동을 동원하고 농약을 뿌릴 때 방독면조차 지급하지 않아 투자 철회 대상에 올랐다.

폴레스달 위원은 "세계 3대 광산업체 리오틴토도 구리 채굴과정에서 오염물질을 강에 방류한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투자 철회 심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노르웨이연기금은 리오틴토 주식 4억2800만 크로네 즉 806억7300만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까다로운 투자기준을 내세우고 있는데도 노르웨이정부연기금은 상당한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2006년 이 연기금의 주식운용 수익률은 17%, 채권 포함 전체 투자 수익률은 7.79%였다.

폴레스달 위원은 "노르웨이정부연기금이 사회책임투자(SRI)에 노력하면 다른 경제주체들의 비행을 막는 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 "연기금의 윤리기준이 폭 넓게 확산되면, 투자자들이 책임감 있게 행동하게 되고 기업과 정부의 기대치와 태도를 변화시켜 더욱 정당한 국제 기본 질서가 확립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르웨이정부연기금은 전 세계 7000여 기업에 총 3750억달러, 우리돈 483조7500억원를 투자하는 세계 2위 규모의 국부연기금이다. 2007년말 기준으로 한국 기업에도 247개 종목에 22억5700만달러(2조9121억원)를 투자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식보유규모만 18억1000만 크로네(3408억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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