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군데 투자유치…2곳서만 '삽질' 시늉

머니위크 이재경 기자 | 2008.12.24 04:25

[머니위크]21세기컨설팅, 개발의지 있나

부동산 개발사업을 내세워 수천명의 투자자들로부터 수천억원대의 돈을 끌어 모은 21세기컨설팅의 주요 개발사업들이 줄줄이 차질을 빚으면서 막대한 투자자 피해 사태가 우려된다.

21세기컨설팅(대표 양화석)의 사업방식은 최근 국내외에서 심각한 문제로 제기된 다단계판매나 유사수신행위와 비슷해 어느 한곳에서 문제가 터지면 연쇄적으로 부실이 번지는 구조이기 때문에서 투자자 피해 규모가 갈수록 불어날 가능성이 높다.

21세기컨설팅이 투자자들을 끌어 모아 부동산개발을 하겠다고 나선 곳은 전국에 걸쳐 10곳이나 된다. 이 가운데 착공식을 해 첫삽을 뜬 곳은 단 두곳뿐이다. 이마저도 공사가 지지부진한 형편이다.

착공을 하지 않은 나머지 8곳 가운데에는 현재로서 개발사업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개발을 위한 기본적인 절차를 밟지 않은 곳이 수두룩하다.

이 때문에 투자금은 투자금대로 유치하면서 개발의지는 전혀 없는 것 아니냐는 투자자들의 항의와 질책이 잇따르고 있다.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투자금을 돌려달라는 투자자들의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울진, 지자체에서 반려됐지만 투자금은 계속 유치

21세기컨설팅은 21세기티앤디라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울진 오션프로트파크'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21세기측은 경북 울진군 평해읍 학곡리ㆍ거일리ㆍ후포리 일대에 350만㎡ 규모로 테마파크를 건설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곳은 이미 지난해 지자체에서 '개발 불가' 판정을 받은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까지도 투자금을 꾸준히 유치해 수많은 피해자들이 양산될 것으로 우려된다.

울진군청 관계자는 "지난 2007년 2종 지구단위계획구역계획 변경을 신청하는 서류가 들어온 적이 있다"며 "당시 대규모 사업을 유치할 곳이 못되고 주민제안 요건이 안된다고 판단해서 서류를 반려했으며 그 후로는 다시 서류접수를 받은 바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1세기컨설팅이 사업을 추진하는) 학곡리 거일리 후포리 등은 관리지역이면서도 보전관리지역, 생산관리지역, 계획관리지역 등이 혼재돼 있어 단일구역으로 일원화하는 용도지역 변경을 해야 하고 지구단위 구획지정 인가 및 승인도 필요한 곳"이라며 "이런 상태에서는 대규모 사업을 유치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21세기측에서 제시한 사업은) 대규모 용수를 필요로 하는 사업인데 해당 지역은 지하수의 용수 개발이 불가능하고 인근에 대형 광산도 위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횡성, 개발지역이 알고 보니 상수도보호구역

21세기컨설팅은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삽교리 산 27-1 일대에 '횡성골든에이지타운(삽교관광휴양단지)'를 건설하겠다며 수많은 투자자들을 유치해왔다.

그러나 확인 결과 이 지역은 상수도보호 등의 이유로 당장은 개발이 불가능한 곳이며 회사측은 정식 인허가 단계도 밟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횡성군청 관계자는 "(21세기컨설팅측에서)아직 정식적으로 요청이 들어온 것은 없다"며 "다만 사업을 하겠다면서 상수원보호지역인지 확인차 한번 찾아온 것은 있는 것으로 기억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삽교리는 상수원보호구역의 상류지역"이라며 "당연히 행정절차를 밟을 때 입지제한에 걸리며 지구단위 계획이 불가능해 개발 자체가 안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횡성군 삽교리의 경우 상수원 공급을 광역화하는 계획에 포함돼 있어 향후 상수원보호구역의 개발제한에서 풀릴 가능성도 있다.

횡성군청 상하수도사업소 관계자는 "취수원을 횡성댐으로 바꾸는 계획을 진행 중이고 현재 설계를 하고 있는 단계"라며 "공사는 2012년 이후에나 마무리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일단 취수원 변경작업이 완전히 끝나야 강원도에 (상수원보호구역) 해제요청을 하든지 할 수 있다"고 말해 당분간 상수원보호구역 해제가 쉽지 않음을 내비쳤다.

◆제주 금악, 개발안해서 사업시행 효력 상실

21세기컨설팅은 제주도 북제주군 한림읍 금악리 산 67-1 등의 부지에서 '제주시네이처파크'를 추진한다며 그동안 수많은 투자자들을 유치해왔다.

21세기측은 관광개발제주21이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 지난 2004년 7월말 제주도청으로부터 개발사업시행 예정자로 지정받은 바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21세기측에서는 아무런 개발사업을 진척하지 못했으며 이 때문에 지자체로부터도 신뢰를 크게 잃은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당초 개발시행예정자를 지정했으나 지난해 8월께 지정효력이 소멸됐다"며 "기한 내에 개발사업시행을 하지 않아서 소멸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정효력이 소멸됐으니 개발사업은 이제 없었던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릉 석교온천, 공사는 지지부진

강원도 강릉시 사천면 석교리 산 225일대에서 '강릉석교온천'을 개발하겠다며 올 6월 착공까지 했지만 실제 공사는 거의 지지부진하다.

강릉시청 관계자는 "석교온천 개발에 관해서는 사업시행허가도 나왔고 건축허가도 났다"며 "단 워터파크와 토목공사를 함께 착공하라는 조건이 붙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착공식은 6월 12일 했지만 공사가 지지부진하고 거의 이뤄지지 않아 빨리 공사를 시작하라는 독촉을 여러 차례 한 바 있다"며 "그러다가 지난 11월 17일 공사를 시작하겠다는 공문을 사업자로부터 접수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아직 공사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강릉시 관계자는 "21세기측 회사사정으로 계속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근에는 날씨 때문에 중지해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강릉온천, 10년 가까이 부지도 확보 못해

21세기컨설팅은 ㈜강릉온천을 설립, 온천개발을 한다며 투자금을 유치해왔다. 그러나 이 곳은 승인이 난 지 꽤 됐지만 아직 부지조차도 완전히 확보를 못한 상태다.

강릉시청 관계자는 "관광지 조성계획 승인이 난 것은 지난 2000년쯤이었다"며 "그런데 아직까지 부지 매입에서 미진한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보니 주민 동의를 받지 못해 토지를 매입하지 못하거나 공유지의 경우 일부 보유자들이 동의를 하지 않아 부지 매입을 못한 곳도 있었다"며 "공유지분을 포함해서 동의를 받은 곳은 전체의 74% 정도에 머물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진척이 안되는 것은 21세기측 사정 때문인데 그 내부 사정은 잘 모르겠다"며 "시청에서는 땅을 확보하라고 지속적으로 독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돌려막기식 사업'으로 피해자 양산 우려

당초 약속한 개발사업들이 지지부진하자 투자금 반환을 요구하는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그러나 21세기컨설팅은 투자금을 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개발지를 돌려주겠다던 정선새골위락단지의 경우도 개발지를 다시 매각한 후 그 매각대금을 주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21세기컨설팅은 정선새골위락단지의 이름을 '닥터양 드림랜드'라고 교체하고 마케팅대행사도 특수관계사인 '글래디메카21'을 내세워 새로운 일반 투자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결국 새로운 투자자들을 모집해 기존의 개발부지를 판매하고 기존 투자자들에게 돈을 돌려주겠다는 방안이다.

이 같은 방식은 그동안 수많은 피해자들을 양산해왔던 다단계식 판매방식과 유사해 걷잡을 수 없는 피해 확산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검찰에 적발된 불법 다단계 업체들도 신규 투자자들에게서 받은 투자금을 다른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이나 배당금 명목으로 지급하는 '돌려막기' 수법을 사용하다가 결국 1조원대의 막대한 투자자 피해 사태를 일으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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