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 구름 잡는식' 지수전망 무용론

박영암, 시장총괄데스크  | 2008.12.19 10:57

[마켓와치]기관과 개인 투자에 도움 안돼… '쏠림현상' 유도 비난도

지난해 12월초 증권부 후배들과 증권전문가들을 대상으로 2008년 증시 전망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180명의 응답자중 과반수가 올해 지수상승을 낙관했다. 102 명(56.7%)이 올해 코스피 지수가 2000대에 안착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낙관론의 논거는 크게 2가지. 신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과 중국경제의 지속성장 등을 근거로 올해 코스피지수의 추가 상승을 예상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이들 낙관론은 새해들어 불과 한 달만에 빛이 바랬다.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코스피지수는 힘 한번 못쓰고 1500대중반으로 하락했다. 5월중순 1900까지 일시 반등했지만 이후 줄곧 하락세를 나타냈다. 심지어 지난 10월하순에는 890까지 떨어졌다. 장미빛 전망을 주장하던 증권사로서는 참담한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투자자들에게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11월 들면서 국내외 증권사들은 또다시 2009년도 증시전망을 경쟁적으로 내놓았다. 지난해와 다른 점은 내년도 2%대 성장을 반영해서 지수 하단을 크게 낮춰 잡았다. 800대에서 1500대까지 예상지수 밴드를 넓게 추정했다. 또한 외국계와 국내사 모두 디레버리지, 기업 수익성 악화, 산업구조 개편 등으로 상반기 조정을 거쳐 하반기부터 상승추세로 전환한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선호업종과 추천종목은 다르지만 내년도 '상저하고' 패턴에 대체로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이같은 증시전망에 대해 펀드매니저와 개인투자자들은 '시큰 둥'한 반응을 보인다. 어차피 맞지도 않을 수치에 괘념치 않겠다는 반응이다. 당장 하루 뒤 증시를 예측하기도 어려운데 1년 후 지수를 예측하는 시도에 애시당초 기대를 걸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30대 후반의 한 펀드매니저는 "글로벌 거시경제 지표분석과 산업전망능력이 뒤떨어지는 국내 증권사의 지수전망에 근거해서 펀드를 운용하지 않는다"며 "지수를 맞히는 것은 신의영역이기 때문에 증권사별 지수전망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 시가총액 상위기업들은 수출기업이라 해외시장 분석이 매우 중요한데 국내증권사들은 이같은 시장수요를 전망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외국계도 6개월후 글로벌 거시환경과 개별기업의 영업실적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2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운용하는 투자자문사 사장은 "20년간 펀드매니저 생활을 하면서 한번도 애널리스트의 지수전망에 근거해서 펀드를 운용해 본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시장 컨센서스와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 증권사 지수전망을 활용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지수전망 무용론을 주장하는 투자자들도 있다. 증권사들은 어차피 장밋빛 전망을 내놓을 수밖에 없고 오히려 '상고하저' 등 공통된 전망으로 시장의 쏠림을 가져오는 부작용만 크다고 지적한다. 특정 지수대를 제시하여 투자자들의 자유로운 사고와 다양한 투자의사결정을 가로막는다는 주장이다.


물론 애널리스트는 이같은 주장에 강력히 반발한다. 비록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시장 효율성 제고와 성공적인 투자에 도움이 된다고 항변한다.

10년 경력의 애널리스트는 각종 경제자료를 분석해서 지수전망과 개별기업이익을 추정하는 것은 시장참가자들에게 유익하다고 주장한다. 전망치를 만드는 과정에서 경제지표와 개별기업 실적에 대한 증권사 내부 센서스가 형성되고 이것은 시장참가자 특히 개인투자자들에게 매우 유익한 정보라고 강조한다. 비록 수정할망정 지수 전망치를 발표하는 것이 자본시장이란 총성없는 전장터에서 개인과 기관투자가들의 생존을 높여준다고 의미를 부여한다.

또한 이같은 작업을 통해 시장의 투명성과 효율성이 높아진다고 역설한다. 심지어 40대 중반의 애널리스트는 “증시전망이 시장과 증권사에 도움이 안 된다면 거액의 연봉자를 애널리스트 고용할 이유가 있겠느냐”며 증시전망의 고부가가치를 강조했다.

하지만 고액 연봉의 고급인력이 힘들게 만든 증시전망이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한 것이 우리의 슬픈 현실이다. 솔직히 기자도 증권사 지수전망을 크게 신뢰하지 않는다. 연말 증권사 연례행사로 받아들이고 있다.

올해도 40여개 증권사에서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입해서 내년도 지수전망을 발표했다. 800대에서 최대 1500까지 내년도 증시를 전망했다. 전문가들이 만든 전망치고는 상하 지수 밴드(700)가 너무 넓어 보인다. 어차피 수정을 전제로 발표된 거라 수치에 연연하고 있지 않지만 신뢰감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전문가들이 힘들게 작성한 지수전망이 값싸게 대접받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뿐이다.

개인적으로 뜬구름 잡는 식의 1년후 증시 전망보다는 분기나 반기 전망을 좀 더 구체적으로 발표하는 것이 증권사나 개인투자자에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중장기 전망도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은 정확한 분석능력이 뒷받침될때 시장참가자들에게 유익하다. 3개월단위로 수정해야 하는 중장기 전망이라면 굳이 할 필요가 없다. 매번 증시전망을 수정하는 증권사들의 모습에 더 이상 실망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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