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속도전'과 '뻥튀기'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 2008.12.18 15:48
 정부가 '어지럽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정책 몰이를 하고 있다. 여당의 예산안 단독 처리를 계기로 경제위기와 관련된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연말에 하던 경제운용방향 발표와 연초로 예정된 부처 업무보고도 앞당겼다. 물량 공세에 '속도전'까지 더해 따라가는 것만도 숨이 벅차다.

 관가엔 인적쇄신을 위한 인사 태풍이 몰아칠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철학을 앞장서 실현할 진용을 꾸리겠다는 의도다. 덕분에 '정부가 너무 미지근하다'는 비판은 많이 줄었다.

 하지만 곳곳에서 억지로 꿰맞춘 흔적이 역력하다. 국가의 1년 살림을 설계하는 경제운용방향을 보자. 발표 전날까지 경제지표 전망 수치를 확정하지 못해 우왕좌왕했다.

하루밤 사이에 실무진의 2% 초반 경제성장률 전망은 3%로 올라갔고 4만명 수준으로 본다던 일자리 전망은 10만명으로 늘었다. '경제지표 전망을 뻥튀기 장사하듯 한다'는 지적에 "전망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 의지가 담긴 목표치"라고 강변하지만 궁색하다.


 경제운용방향 발표 이틀 후에 이뤄진 부처 업무보고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것을 찾으라"는 윗선의 성화에 정책 효과를 찬찬히 따져볼 새 없이 급조하는데 바빴다. 각 실국마다 밤새 '따근한' 정책을 찾느라 진땀을 흘려야 했다는 후문이다. 사전 여론 수렴이나 시장조사는 물론 없었다.

 이를 두고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살아남는 자가 강자가 된다"고 말했다. 생존을 위한 고육책으로 이해해달라는 뜻일 게다.

글로벌 위기 상황에서 생존만큼 절박한 것이 없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뒷맛은 개운치 않다. '안되면 말고' 식의 경제 전망이나 '보여주기'에 급급한 정책은 정부나 국민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못하다. 급히 먹는 밥이 체하는 법이다. 국가가 체하면 큰 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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