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11년만에 특별융자 "지금은 비상사태"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 2008.12.18 12:00

발권력 동원해 CP, 회사채 등도 직접 매입할 듯

한국은행이 18일 '은행권 자본확충펀드'에 10조원을 대출하기로 했다. 이는 사실상 금융기관을 상대로 한 특별융자(특융)다. 한은 특융은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97년 12월 이후 11년 만이다.

한은은 특히 현재 경제상황을 ‘심각한 통화신용수축기’로 판단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처럼 직접 시장에 개입할 전망이다. 지난 11일 금리를 파격적으로 인하하면서 예고했던 기업어음(CP), 회사채 등 직매입도 조만간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11년 만에 특융 실시= 한은은 정부 주도로 조성되는 ‘은행권 자본확충펀드’에 10조원을 대출할 예정이다. 이 펀드는 시중 은행의 후순위채, 우선주, 상환우선주, 신종자본증권 등을 매입하게 된다. 은행은 이를 통해 자본을 크게 늘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일 수 있다. 금융통화위원회 의결 절차를 남겨 놓은 한은의 대출은 우회적이지만 사실상 은행에 대한 특융 성격이다.

한은은 외환위기 직후인 97년 12월에 종금사와 증권회사를 대상으로 3조원 가량의 특융을 제공했다. 당시 콜 시장이 거의 마비되면서 금융시장 자체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신용관리금과 증권금융을 통해 자금을 풀었다.

한은이 이번에 자본확충펀드에 특별 대출하는 것 역시 금융시장이 거의 비상상태에 이르렀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은법 제80조(영리기업에 대한 여신)는 '금융기관이 기존 대출금을 회수하며 신규 대출을 억제하고 있는 심각한 통화신용의 수축기에 있어서…(금융통화위원회) 위원 4인 이상의 찬성으로…영리기업에 대하여 여신할 수 있다'라고 규정돼 있다.

앞서 이성태 한은 총재는 지난 11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3%로 대폭 낮춘 직후 “지금은 비상사태로 가는 경계선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번 지원을 계기로 은행에 대한 영향력도 높일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채권자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의무와 권리를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융에 앞서 해당 은행의 채무상황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특융 후 재무구조 및 수익 개선 등도 점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한은은 은행의 경영권과 지배구조에 대한 간섭을 최소화한다는 취지 아래 후순위채, 상황우선주 등을 매입하기로 했지만 해당 은행의 수익 제고 등을 간접적으로 챙길 가능성이 높다.


◇CP, 회사채도 매입할까= 한은이 직접 시장 주체로 나섬에 따라 ‘타깃형 유동성 공급’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번에 설립되는 자본확충펀드는 시중 은행을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위기상황 전개에 대해 다른 금융권과 기업으로 그 대상을 확대할 수 있다. ‘타깃형 유동성 공급’이 가능해진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CP와 회사채를 직접 매입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초우량 기업을 제외하고 대부분 기업은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식시장 위축으로 증자 여력도 여의치 않은 가운데 자금조달 길이 막혀 있는 것이다.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투자심리 위축(증시), 기업대출 회수 및 급감(여신) 등이 불가피해 이런 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한은이 CP 등을 직접 매입하면 단기금리와 중장기금리의 스프레드를 줄여 관련 시장이 보다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다. 비록 현재 단기와 중장기 금리 차이가 줄어들고 있지만 이는 착시현상일 뿐이다.

◇신뢰 회복에 도움= 이주열 한은 부총재보는 이번 대출에 대해 “경기부진 심화, 구조조정 본격화 등을 앞두고 은행의 손실흡수 능력과 실물부문에 대한 지원 여력을 최대한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3%로 낮춰 신용경색 현상이 다소 완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추세적으로 완화될 지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장채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신용경색을 맞아 유동성을 많이 풀었지만 크게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며 “중앙은행인 한은이 전통적인 통화신용 정책이 아닌 직접 개입을 선택해 적극 대처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실물부문의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는데, 이 같은 조치를 통해 정면 돌파하는 노력이 본격화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시장의 원활한 작동을 위한 장치라는 점에서 시장 신뢰를 높이는 긍정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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