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쌍용차 가동중단 흉흉한 첫날

평택(경기)=박종진 기자 | 2008.12.17 19:28

합의없는 가동중단에 노조 반발..."상하이가 우릴 버려" 소문 무성

↑ 쌍용차 노조가 17일 회사의 공장 가동중단 방침에 반발,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박종진 기자

쌍용자동차 생산라인 가동중단 첫날인 17일 아침 평택공장에는 쌀쌀한 날씨에도 ‘출근’이 이어졌다. 오전 8시30분 정문 바로 안 중앙도로에는 2000여 노조 조합원들이 들어찼다.

노조원들은 회사측의 일방적 공장휴무를 성토하는 ‘규탄대회’을 열었다. 지난 5일 새로 선출된 노조 지도부는 “회사가 경제위기를 빌미로 고용을 위협한다면 이전과는 다른 강력한 투쟁을 보여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쌍용차 조합원들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강성으로 분류되는 한상균 지도부를 선택했다.

정문 안 도로를 중심으로 들어선 1공장(액티언, 렉스턴), 3공장(카이런, 액티언스포츠), 4공장(체어맨), 프레스공장 등은 라인을 멈춰 스산한 바람소리만 들렸다. 도로를 오가는 화물차량도 보이지 않고 연구소 건물 인근에서도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4공장 안에 들어가니 최종점검 단계의 체어맨이 그대로 줄지어 서 있었다. 불 꺼진 공장의 설비 사이를 더듬어 들어가니 멈춰 선 라인에 매달린 조립되다 만 차들이 보였다.
↑ 17일 쌍용차가 가동중단에 들어가 평택공장에 불이 꺼지고 생산라인이 멈춰섰다. ⓒ박종진 기자

쌍용차는 가동중단이 세계적 경기침체로 촉발된 경영위기를 극복하고 고용안정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달부터는 학자금 보조 등 각종 복지제도도 축소했다. 쌍용차는 최근 급속히 판매가 줄어 11월의 경우 전달보다 46.5%,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선 62.6%가 곤두박질쳤다.

쌍용차보다 사정이 나은 현대기아차를 포함해 국내 완성차 5개사가 모두 감산에 돌입했다. GM대우는 지난 1일 부평2공장을 시작으로 오는 22일부터는 전 공장을 멈춘다.


자동차업계 사정이 이런데 유달리 쌍용차에서 노사가 첨예한 갈등을 빚는 까닭은 공장가동중단에 대해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 르노삼성을 제외하고 노조가 있는 4개사가 노사협의 하에 감산과 가동중단에 들어간 바 있다.

렉스턴 공장의 한 직원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복지축소와 휴무를 강행했다”며 “현장에서는 ‘상하이자동차가 사실상 쌍용차를 버렸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흉흉한 분위기를 전했다.

노조는 “회사가 먼저 일방적으로 진행한 복지축소 등의 조치를 철회하라”는 입장이고 회사측은 “대화를 시도해도 노조가 거부해 어려웠다”고 맞섰다.
↑ 17일부터 공장가동을 중단한 쌍용차 평택공장의 한산한 내부 ⓒ박종진 기자

쌍용차 노사간 갈등은 뿌리가 깊어보였다. 지난 2004년 말 쌍용차를 인수한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대해 직원들의 불신이 커져있다. 한 노조 대의원은 “상하이측이 애초 약속한 1조2000억원의 투자를 추진하기는커녕 구로사업소, 영동출고장 등 부동산을 매각해 현금을 챙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평택공장 인근에서 워크샵을 마치고 나온 상하이자동차 임원들을 노조가 기술유출 자료를 갖고 있다며 막아서 4시간 가량 대치하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투자는 시장환경, 영업 및 재무상황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며 “자금 조달 방식도 모기업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해당기업의 내부자금으로 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현재 조치가 강제 구조조정과 전혀 상관없다"고 강조했다. 기술유출 논란에 대해서도 “사실무근”이란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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