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 인정판결 대법원으로(종합)

머니투데이 서동욱 기자, 최은미 기자 | 2008.12.17 17:49
세브란스병원이 법원의 첫 존엄사 판결에 대해 2심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대법원에서 판결받는 비약상고를 하기로 결정했다.

박창일 연세의료원장은 17일 오전 병원 교수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부 검토는 물론 7차에 걸쳐 외부 종교인과 언론인, 법조인 등이 참여하는 윤리위원회를 개최한 결과, 서울서부지방법원 판결에 대해 대법원의 최종판단이 필요하다고 결론내렸다"고 밝혔다.

통상적인 항소대신 비약상고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박 의료원장은 "환자의 기대여명이 3~4개월 밖에 남지 않았으며, 기존 보라매병원 사건에서 나온 판례와 배치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환자상태가 뇌사로 확정지을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도 이유다. 병원 측에 따르면 현재 환자는 8개월째 식물인간 상태이긴 하지만 미약하게나마 호흡이 이뤄지고 있고, 눈도 스스로 뜨고 감을 수 있는 상태다. 통증을 느끼고 뇌파검사에도 반응한다. 따라서 뇌사로 판정짓고 인공호흡기를 떼는 것은 최선의 진료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병원 측이 대법원의 판단을 구하기 위해 비약상고를 결정함에 따라 소송을 냈던 환자와 가족들이 이에 동의하면 곧바로 대법원의 심리가 시작된다. 그러나 비약상고가 가능하려면 사실 인정에 대해 다투지 않겠다는 양쪽의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환자의 회복 가능성에 대한 이견으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원고인 환자 측은 병원의 비약상고에 대한 동의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환자 가족들로부터 결정권을 위임받은 원고측 신현호 변호사(법무법인 해울)는 "항소심을 생략한 비약상고를 받아들일지를 놓고 법인 소속 변호사 4명이 회의했으나 찬반 의견이 각각 2명으로 나뉘어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비약상고 방침에 동의하는 쪽은 만만치 않은 병원비 등을 고려할 때 굳이 2심인 항소심에서 '존엄사 공방'을 재연할 필요 없이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는 것이 가족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원심이 파기될 위험성이 있는 만큼 고등법원에서의 항소심을 통해 존엄사에 대한 여론의 추이를 더 지켜보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와 관련, 신 변호사는 "자칫 대법원이 원심 파기 결정을 할 경우 다 이겨놓은 사건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고 소개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12부(재판장 김천수 부장판사)는 지난 달 28일 식물인간 상태인 어머니에게서 인공호흡기를 제거해달라며 김모(75·여)씨의 자녀들이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몸값 124조? 우리가 사줄게"…'반도체 제왕', 어쩌다 인수 매물이 됐나
  2. 2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3. 3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
  4. 4 점점 사라지는 가을?…"동남아 온 듯" 더운 9월, 내년에도 푹푹 찐다
  5. 5 "주가 미지근? 지금 사두면 올라요"…증권가 '콕' 집은 종목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