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통합 위기관리시스템' 필요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 2008.12.18 10:43

[2008 금융 강국 KOREA]<2부>위기는 기회다 (5)

- 위기 외면하다 뒷북대응 혼란 불씨… 미·일과 대조
- 금융정책·예산지원·구조조정 '톱니바퀴 진행' 절실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이 국내 실물경제로 미치면서 정부 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금융분야 만 보면 한국은행의 파격적인 금리인하와 대규모 유동성 공급, 금융회사 부실채권 인수, 건설사 대주단 협약과 중소기업 신속지원(패스트트랙) 프로그램 등 외환위기 시절을 연상케 할 정도다.

잠재적인 시한폭탄으로 꼽히던 저축은행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의 부실 우려가 진정되고, 치솟던 시중금리도 하락하는 등 대책의 효과는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뒷북' 대응이나 관계당국간 엇박자로 금융기관과 기업은 한동안 혼선을 겪었고, 일부는 진행형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기를 선진화의 계기로 활용하려면 위기관리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선제적 대응이 최선"=글로벌 금융위기의 파장이 커지면서 정부의 초기 대응이 느슨했다는 지적이 적잖다. 정부는 지난 10월 초만 해도 "우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여유를 부렸지만 주요국은 이미 비상모드로 전환했다.
 
미국은 지난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 직후 금융기관에 유동성 공급을 포함해 강력한 시장대책을 연거푸 내놓았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기업어음 매입과 은행 국유화 등 공세적인 대책은 미국이 위기의 진앙지였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유럽과 일본 중국도 이에 보조를 맞춰갔다.

'잃어버린 10년'을 겪은 일본은 일찌감치 미국 금융위기가 일본경제에 미치는 파급경로와 규모를 치밀하게 분석해 대책을 마련해왔다는 전언이다. 지난 9월 일본 대장성 산하 경제재정자문회의는 주가급락, 엔고, 수출감소 등에 대비하는 정책을 꺼내들었다. 이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본격화하기 전인 올해 초부터 준비한 결과다.

중소기업 자금경색을 막기 위해 단기금융시장에 자금을 공급하는 대책도 그 연장선에 있다. 경기부양을 위한 감세나 공공사업비 지출 등 재정확대도 상당부분 진척된 상태다.

반면 우리나라는 외환위기와 카드사태 등 대형 위기를 겪었는데도 대책이 가시화된 것은 지난달이었다. 일각에선 '9월 위기설' 진정에 집중한 탓에 정작 필요한 시장대책 마련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한국은 위기가 발생하면 초기에 폄훼하는 경향이 문제"라며 "위기를 인정하지 않으면 뒷북 대응을 할 수밖에 없고 대책의 효과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시장이 어느 정도 성숙하면서 외부충격에 대한 완충력도 높아진 만큼 위기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2인3각, 3인4각"=금융권에선 이번 위기를 계기로 통합 위기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한국은행간 정책혼선을 줄이고 위기에도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서다.

금융·통화정책당국은 이번에 채권시장안정펀드, 건설사 대주단협약, 은행 대외채무 지급보증 등을 놓고 한때 다른 목소리를 냈거나 발표시기를 조율하지 못했다. 주요국에 비해 기대만큼 신뢰를 얻지 못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사실 일본이 장기불황에 빠진 데는 초기 대응이 늦어지면서 부실이 커진 때문이고, 위기 극복 시기도 늦춰졌다. 우리나라 역시 외환위기 당시 기아, 한보 등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미루다 결과적으로 큰 비용을 치렀다. 금융계 인사는 "위기를 뒤늦게 간파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이해하더라도 이후 대응을 보면 뭔가 흐트러진 분위기"라고 아쉬워했다.

정책효과를 높이는 방안과 관련해 대통령 직속으로 재정부, 한은, 금융위·금감원 등이 참여하는 통합 위기관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최근 금감원에 '기업재무구조개선단'이 꾸려졌으나 이것 만으론 신속하고 과감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게 한 이유다.

컨설팅업체의 한 관계자는 "(구조조정에서) 금감원의 영향력이 대단하지만 법적 조치 및 재정과 맞물릴 때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고 정부는 보다 큰 그림을 갖고 대응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기업의 사업·자산 구조조정을 더이상 미뤄선 안된다는 주장도 계속 제기된다. 금융권이 회생이 어려운 기업을 계속 지원하는 경우 자칫 동반 부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기업뿐 아니라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에도 적극적인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조직 효율성도 높여야 위기극복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한국 금융산업이 도약하는 기회로 활용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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