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잃어버린 10년' 답습할라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 2008.12.18 10:46

[2008 금융강국KOREA]<2부> 위기는 기회다 (5)

정부가 기업의 자금난에 대해 '구조조정'보다 '살리기'로 가닥을 잡았다. 외환위기 때와 상황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외환위기 때 '구조조정 전도사'라는 명성을 얻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숭례문 화재'를 빗댔다. 그는 "화재를 초기 진화했다면 기왓장 몇장만 불탔지만 결국 다 타고 말았다"면서 "지금도 자칫하면 비슷한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질타한다. 앞으로 2~3년간 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선제적' 대응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일본은 1980년대 자고 일어나면 집값과 땅값이 뛸 만큼 부동산경기가 호황을 맞았다. 은행은 앞으로 가격인상분까지 감안해 공격적인 담보대출에 나섰다. 정부도 이렇다할 규제를 하지 않았고, 1990년대 거품이 터지자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했다.

일본 정부는 경기가 회복되면 부실채권 문제도 자연히 해결될 수 있다며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구조조정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금융기관 역시 안일했다.

기업에 연 7%대로 빌려준 이자를 0.1%로 대폭 낮춰주면서 사실상 거덜난 부실채권을 정상채권으로 분류했다. 당연히 은행의 수익성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은행부실→신규대출 중단→실물경제 침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부실처리 방식이 투명하지 못하자 공적자금 투입에 대한 국민 인식은 부정적이었다. 은행도 과도한 정부 개입을 우려해 공적자금 투입을 꺼렸다. 결국 구조조정은 계속 지연됐고 문제 해결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었다.


비슷한 사례는 국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외환위기 초기 한보나 대우 사태가 그랬다. '대마불사' 인식이 팽배한 가운데 구조조정에 시간을 끌다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과도한 차입으로 신규시장 진입에는 무한대의 자유를 누렸으나 퇴출은 막힌 왜곡된 산업구조가 문제였다.

이후 위기가 본격화하자 신속한 구조조정이 단행됐다. 1998년 6월 236개 채권금융기관들은 협약을 통해 '기업구조조정위원회'를 발족시켰다. 1999년 말까지 채무탕감, 이자율 면제, 자구계획 등 기업회생 가능성과 워크아웃 여부를 결정하는 절대 권력을 휘둘렀다.

당시에도 금융 채권단이 중심이 됐을 뿐 정부는 '초법적 기구'라는 비판을 의식해 전면에 모습을 드러내진 않았다. 하지만 막후에서 '기업 살생부' 작성 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물론 현재 위기는 외환위기 때와 양상이 다르다. 97년 424.6%에 달하던 기업 부채비율은 올해 1분기 92.5%로 떨어졌다. 문제는 2~3년간 경기침체가 계속되면 기업의 잠재부실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문제로 국한 된 외환위기 때와 달리 전세계적인 현상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면서 "결국 구조조정을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감당할 수 없는 후폭풍이 몰아닥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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