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물가 급락.."디플레 우려" vs "소비 도움"

뉴욕=김준형 특파원 | 2008.12.17 03:51

CPI사상 최대폭 하락...침체 심화 전망 속 긍정론도 부상

미국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사상 최대폭 하락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다.
에너지 가격 급락과 소비침체가 지속될 경우 기업들의 실적악화로 경기침체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물가급락이 유가 거품이 붕괴되는 과정일뿐 디플레이션 우려는 과장된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 CPI 사상 최대폭 하락...근원물가도 제자리

16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11월 CPI(계절조정치)는 전월대비 1.7% 하락했다. 이는 1947년 물가 지표를 집계한 이후 사상 최대폭 하락한 것이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1.3% 낙폭보다 더욱 큰 것이다.
계절조정분을 제외할 경우 CPI는 1.9% 급락, 대공황이 진행되던 1932년 이후 최대폭 하락했다.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핵심 CPI는 전월대비 변동이 없었다. 전문가들은 핵심 CPI가 전월대비 0.1%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CPI는 전년동기대비로는 1.1% 상승,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1.5% 상승에 못미쳤다. 핵심 CPI도 전년동기대비 2% 상승, 예상치 2.1% 보다 낮았다.

11월 에너지 비용은 전월대비 17% 하락하며 1957년 이후 최대폭 하락했다. 휘발유 가격은 전월대비 29.5% 떨어졌고, 연료유는 14.6% 하락했다. 천연가스는 5.2% 떨어졌다. 식품 가격은 전월대비 0.2% 상승했다.

자동차 가격은 전월대비 0.6% 하락했고, 의류비용은 0.3% 증가했다. 항공기운임 가격은 4% 내렸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11월 주택착공건수 역시 전달보다 18.9% 감소한 연율 62만5000채로 통계가 시작된 1959년 이후 최저치로 추락, 끝없는 경기 추락을 반영했다. 월가 예상치인 73만6000채보다 훨씬 떨어진 것이다.

미래 건설 경기를 반영하는 11월 건축 허가 건수 역시 예상치인 70만채에 크게 못미치는 61만6000채에 그쳤다. 전월대비 15.6% 감소한 것이다.

◇물가하락, 미 가계 소비 여력 회복기대

물가급락은 일단은 소비자들과 미 경제에 반가운 소식으로 들릴수 있다.

물가하락이 에너지 가격 버블 해소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인만큼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긍정론자들의 주장이다.

백악관 부대변인 토니 프래토는 "에너지 가격 급락은 우리 경제에 대대적인 감세 효과나 마찬가지"라며 "낮은 물가상승률은 미국 국민들에게 희소식"이라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들도 심각한 디플레이션이 아닌 '물가안정'은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내로프 이코노믹 어드바이저스 역시 "CPI 하락은 유가 거품이 커지는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며 이는 미 가계들이 한숨을 돌릴수 있게 만든다는 점에서 좋은 소식"이라며 "일정한 시점이 되면 소비 증가와 경제에 대한 신뢰 회복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RDQ이코노믹스 역시 보고서에서 "CPI하락이 디플레이션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가 지난해 8월 이후 공격적인 통화 완화정책을 펴온 결과 지속적인 디플레이션 가능성은 사라졌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하락속도 주목..디플레이션 가시화

하지만 물가하락은 기업들의 생산감소와 이로 인한 고용축소(해고)로 이어져 가계의 소비 여력을 더욱 위축시킨다. 이는 다시 기업들의 실적 추가악화로 이어지는 '하락 소용돌이'를 낳고, 자칫 심각한 공황(depression)으로 연결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물가하락 수준보다 하락 속도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CPI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47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7월만 하더라도 전달에 비해 5.6% 상승, 인플레이션 우려를 불러 일으켰었다.

하이 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이코노미스트 이언 세퍼드슨은 "물가하락 압력은 앞으로도 지속돼 12월말에는 0%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크레디트 유니온 내셔널 어소시에이션의 이코노미스트 마이크 쉥크는 물가하락 정도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경제가 광범위한 하락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으며 디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물가급락으로 인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이날 오후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추가 인하하는 등 경기회복을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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