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고위 관계자는 16일 "은행들이 정부와 당을 상대로 지준율 인하를 위해 전방위 로비를 벌이고 있다"며 "이미 지급준비예금에 대해 5000억원 규모의 이자를 지급한 상태에서 지준율 인하는 검토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은의 또다른 고위 관계자는 "지준예금 이자는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여주기 위한 특혜였다"며 "그런데도 은행들이 다시 지준율 인하를 집요하게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행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은이 은행에 자금을 공급하지만 은행들은 이를 자기 '곳간'에 채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은행들은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지준율을 인하해달라고 요구한다. 이들은 지준율이 낮아지면 그 비율만큼 지준예금을 돌려받게 돼 대출여력이 높아진다는 논리를 편다.
정치권도 이를 측면 지원하고 있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지난 2006년말 과도한 시중 부동자금을 수습하기 위한 조치로 지준율을 올렸다"면서 "지금은 오히려 통화를 풀어야 할 시기로 당시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은이 보관중인 지준예금은 지난 8월말 현재 28조2000억원에 달한다. 지준율은 2.0%(정기예적금, 부금, 양도성예금증서 등)와 7.0%(수시입출금식 예금) 등 2가지로 적용된다.
이에 대해 한은은 지준율을 낮추더라도 은행들이 기업 및 가계대출 확대보다 통안채, 환매조건부채권(RP) 방식 매매 등 안전자산 위주로 '재활용'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들로서는 금리가 낮더라도 지준예금 일부를 돌려받게 되면 무수익자산을 수익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이것이 시중 유동성 확대로 이어진다고 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지급준비율= 은행의 예금총액에 대한 현금 준비 비율을 뜻한다. 중앙은행인 한은이 지준율을 정해 은행이 가진 예금액 가운데 일정 비율을 거둬 지준예금으로 보관한다. 은행 입장에서 이는 무수익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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