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잃은 은행권, 어느 장단 맞추나

머니투데이 이새누리 기자 | 2008.12.18 10:48

[2008 금융 강국 KOREA] <2부> 위기는 기회다(5)

최근 시중은행 수장들에게 심심찮게 듣는 표현이 '딜레마'다. 중소기업대출은 늘리고, 은행 자기자본도 확충하라는 등 금융당국의 엇갈린 주문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장은 "사실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숫자에 불과하다"며 "BIS비율은 높이라면서 중소기업대출을 늘리라니 상식적으로 봐도 앞뒤가 안맞는 얘기"라고 토로했다.

일시적인 어려움 때문에 도산으로 몰리는 중소기업도 살려야 하고, 은행 부실에서 올 수 있는 파장도 막아야 하는 금융당국의 처지는 이해된다. 그러나 결정적 순간에 터져나오는 당국의 엇박자는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기고 불안감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출장 중 "BIS비율 때문에 생기는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에) 제안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당시 BIS비율을 유지하려면 대출에 제약이 생기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그로부터 사흘 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은행의 대출여력을 확대하고 체질을 강화하기 위해 BIS비율을 높이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또 은행권 여신담당자를 소집해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고 패스트트랙 지원도 더 확대하라고 주문했다.

앞서 전 위원장은 은행권의 구조조정을 시사하는 듯한 '낫과 망치' 발언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미국 투자설명회에서 나온 이 발언은 국내 채권시장을 휘저어놨다. 겨우 내려가던 회사채 금리는 하루 만에 0.5%포인트 올랐다.


결국 전 위원장은 한 라디오에서 "인위적인 은행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기는 아니다"라고 해명했고, 한승수 총리도 "경제부처 수장이 조율되지 않은 언급을 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옐로카드'를 던졌다.

건설사를 대상으로 한 대주단협약은 시작 전부터 시한과 인센티브 등을 놓고 잡음을 냈다. 지난달 24일 일부 은행권에서는 1차 가입시한이 24일로 끝난다는 얘기가 나왔고 바로 다음날 전 위원장이 1차 가입 건설사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은행과 건설사들은 우왕좌왕했고 국토해양부와 대주단은 애초부터 가입시한은 없었다고 거듭 해명했다.

문제는 정부가 갈팡질팡하는 사이 결국 피해를 보는 건 국민이다. 정책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면 신용경색이 악화되고 기업은 더 어려워지는 구조다.

김재열 국민은행 경제연구소장은 "핵심은 정부가 지금 같은 불확실한 상황을 컨트롤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라며 "전략에 해당하는 비전과 전술에 해당하는 액션플랜이 따로 움직이면 기업이든 은행이든 제대로 움직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BIS비율에 집착하는 부분도 있다"며 "학계가 지적했듯 BIS비율의 기준은 예금자보호나 기본자본비욜(Tier1)에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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