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내년 설비투자 '어찌할꼬'

김창익 기자, 김보형 기자 | 2008.12.17 08:12

시황악화, 설비가격 상승 이중악재..GS칼텍스 4500억 축소 등 잇따라

국내 정유사들의 내년도 설비투자가 당초 계획보다 상당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최근 휘발유 등 석유제품의 정제마진이 악화되고 있는데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원화로 환산된 수입 건설 원자재 및 설비 가격이 덩달아 올라 투자비용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석유공사와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에너지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사들은 수조원대의 내년도 설비투자를 계획대로 진행할 지를 놓고 막판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SK에너지의 경우 1조5000억원 규모의 인천공장 제4 경유고도화설비(HCC)에 대한 투자가 관건이다. 지난 6월 공사가 시작돼 내년 본격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데 환율상승에 따른 원자재가격 인상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SK에너지는 총 15개월에 걸쳐 올해 6월에 완공한 울산공장 휘발유고도화설비(FCC)에 당초 예상보다 5000억원 가량이 추가로 소요된 과거 경험에 비춰 제4 HCC도 추가 비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의 고위 관계자는 "제4 HCC 건설 계획은 당초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면서도 "석유제품 시황과 환율 등을 감안해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상황에 따라서는 건설 계획이 변경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에쓰오일은 대산공장 정유시설 및 고도화설비 증설계획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당초 추정 공사비가 3조6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사업으로 주요 설비 가격이 오르고 환율이 상승하면서 지난해 6월 사업계획을 보류, 아직도 재개 시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전세계적으로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데다 고도화 설비 비중이 이미 국내 최고수준(25%)이어서 최대한 시장상황을 봐가며 착공 시점을 결정할 계획이다.

에쓰오일은 다만 총 1조7000억원이 투입되는 2011년 완공 예정인 온산공장 석유화학 공장과 알킬레이션 설비 증설은 당초 일정대로 추진할 계획이다. 알킬레이션 설비란 휘발유의 폭발성은 유지하면서 유해성분을 줄이는 친환경 설비다.

앞서 GS칼텍스는 최근 총 3조원 규모의 여수공장 고도화설비 중 4500억원에 해당하는 FCC에 대한 투자를 휘발유 시황 악화에 따라 2년 미뤘다. 정유사들의 설비투자 축소 움직임은 우선 석유제품의 시황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글로벌 정유업계의 단순정제 마진은 9월 한달을 빼고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단순정제 마진은 간단히 말해 석유제품을 판 액수에서 원유값을 뺀 것으로 마이너스는 팔면 팔수록 손해란 얘기다.

여기에 환율 급등으로 인한 건설 자재 및 주요 설비 가격이 오른 것도 설비투자 규모를 줄이는 원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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