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부실사태의 거품 터지다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 2008.12.16 15:19

[연말기획-2]경제위기 어디까지 왔나?

저금리로 풀린 돈은 부동산 등 새로운 투자처로 빠르게 흘러들어갔다. 2006년 부동산 시장이 이상 징후를 보이면서 금융 당국은 시중 유동성을 거둬들이기 위해 팔을 걷어 붙였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과잉 유동성은 부동산 시장의 거품으로 직결됐고 이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유동성 흡수를 위해 금리를 인상하자 이 거품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버블 붕괴를 알린 곳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금리 인상으로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줄어들자 주택 가격은 하락했다. 금리 상승과 집값 하락이 동시에 진행되자 낮은 신용도로 돈을 빌린 고금리 모기지 대출자들의 대출금 상환 능력은 급격히 고갈됐다. 집값이 오를 땐 은행권의 방임 속에 별 문제되지 않았던 부분이다.

대출 연체 사례가 증가하면서 은행권은 한층 대출에 인색해졌다. 부동산 버블 당시 고수익만 보장되면 상환 능력은 신경쓰지 않고 돈을 빌려주던 은행들이었다. 은행이 돈줄을 죄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자들의 신규 대출길(리파이낸싱)은 사실상 완전히 막혀버렸다. 대출금으로 산 집 말곤 변변한 자산이 없는 이가 대부분인 서브프라임 대출자들에게 대출을 갚을 수 없다는 것은 집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체된 집들에 대한 압류가 급증하며 부동산시장의 골은 한층 깊어졌다.

고수익이라면 물불가리지 않던 금융권의 '탐욕'이 사태를 더 키웠다. 2006년 금융권의 전체 모기지 상품 중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35%에 달했다. 2003년 13%에 불과했던 비중이 불과 3년새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아예 담보를 요구하지 않거나 만기가 40~50년에 달하는 상식 이하의 대출도 남발됐다.

주택 가격 하락과 연체 증가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자 그간 모르쇠로 일관하던 금융권도 하나둘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2007년 2월8일 HSBC는 "미국 집값 하락 여파로 모기지 사업 관련 손실 규모가 106억달러에 달한다"고 밝혔고 이어 미국 2위 서브프라임 모기지 업체 뉴센추리파이낸셜이 대규모 손실을 발표했다.


결국 같은해 4월과 8월 뉴센츄리파이낸셜과 아메리칸 홈모기지 인베스트먼트 등 주요 모기지 업체들이 잇달아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서브프라임 사태가 월가 지형도를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라고 믿는 이는 거의 없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이면에는 파생상품이라는 더 큰 괴물이 숨어 있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연체가 급증하면서 부채담보부증권(CDO), 자산유동화증권(ABS), 모기지유동화증권(MBS) 등 파생상품의 가치는 급락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파생상품에 투자했던 헤지펀드들의 수익성이 극도로 악화됐다.

이에 스탠더드앤푸어스(S&P), 무디스, 피치 등 3대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앞다퉈 모기지 파생상품에 대한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모기지 파생상품이 미국 국채만큼 안전하다며 최고 등급을 부여했던 이들이다. 월가와 유착한 신평사들은 이들 파생상품에 실제 이상의 등급을 부여했고 높은 신용등급이 다시 해당 상품의 거품을 부풀리는 악순환이 연출됐다. 신평사들이 등급 하향을 결정했을 때 이미 모기지 파생상품의 속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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