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토요타, '빅3' 회생 바라는 이유

머니투데이 이규창 기자 | 2008.12.16 11:21
미국 자동차 '빅3'의 회생을 간절히 바라는 것은 당사자들 만이 아니라 경쟁사인 토요타, 현대 등 외국 경쟁업체 역시 마찬가지다.

CNN머니는 15일 토요타 등 해외 자동차 업체들도 '빅3'가 파산만은 면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면서, "미국 자동차 업계가 더 경쟁력있고 건강해지기를 희망한다"는 토요타 대변인의 말을 전했다.

'빅3'의 구제법안을 부결시킨 상원의원 상당수가 일본, 한국 등 외국 자동차 현지공장이 위치한 남부지역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토요타의 이같은 반응이 의외일 수 있다.

심지어 아시아 자동차업체들은 상원의원들에게 로비를 벌여 구제법안에 반대표를 던지게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사고 있다. 물론 이들은 결사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미국 내수시장에서 치열하게 맞붙고있는 경쟁사라는 점 때문에 곱지 않은 눈길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토요타, 혼다, 현대 등 아시아 자동차 업체들이 '빅3'와 서로 엮여있는 관계를 들여다 보면, 의문은 쉽게 풀린다. CNN머니는 아시아의 경쟁업체들인 '빅3'의 파산이 초래할 '콜래트럴 데미지'(collateral damage)를 두려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산업 피라미드' 붕괴…공멸 우려
'콜래트럴 데미지'는 군사행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민간 피해를 지칭하는 용어로, '빅3'가 파산할 경우 멀쩡하게 옆에 서있던 아시아 자동차 업체들이 입을 피해 또한 만만치 않음을 나타낸다.

미국 현지공장에서 연간 300만대 이상의 차량을 생산하고 있는 아시아 업체들은 '빅3'중 어느 한 곳만 파산하더라도 연관 부품업체들이 연쇄 도산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자동차전문 조사업체 CSM에 따르면 아시아 자동차업체가 거래하는 부품업체들중 58%가 GM에 납품하고 있고 포드, 크라이슬러와 거래하는 업체도 65%, 59%에 달한다. 자동차산업 피라미드의 하단이 무너지면 아시아 업체들도 함께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다.


뿐만 아니라 판매상들도 '빅3'와 아시아업체의 자동차를 함께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컨설팅업체 크로에 호워스의 에릭 메르켈 애널리스트는 "부품업체는 물론 판매와 마케팅조직까지 일시에 붕괴되면서 극심한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인도 등 '다크호스' 무혈입성도 부담
토요타가 걱정하는 것은 또 하나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때 스스로 경쟁력을 깎아먹으며 자멸한 '빅3'보다 더 무서운 경쟁자는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의 업체들이다. '빅3'가 무너지면 이들 업체들이 손쉽게 미 대륙에 무혈입성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스럽다.

벌써부터 중국 자동차업체들이 '빅3'의 자산을 인수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고, 실제로 '빅3'가 파산하게 되면 자금이 넘치는 중국이 인수전에서 가장 앞서나갈 것이 분명하다. 토요타, 혼다 등 아시아 업체들은 덩치를 키울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에릭 메르켈은 "'빅3'가 파산하게 되면 중국 등 해외기업들이 헐값에 사들일 수 있게 된다"면서 인도의 타타자동차와 중국의 지리 등 선진국 자동차시장을 호시탐탐 노리는 업체들이 새 경쟁자로 급부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저가 경쟁력'으로 미국 시장에서 성장해왔던 토요타, 현대 등 기존 아시아 자동차업체들로서는 '더 싼' 자동차의 등장이 달가울 리 없다. 가격경쟁력이 뛰어난 다크호스들이 미국 자동차업체를 인수해 기술력까지 높이면 '빅3'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메르켈은 "새로운 다크호스들이 북미 시장에서 경쟁사를 따라잡으려면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빅3'의 자산을 인수해 디자인과 판매망 등을 강화한다면 한국 기업들보다 훨씬 빠르게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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