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해머론' 강경발언, 배경은…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08.12.15 17:50
- 내년 상황 심각 인식
- 건설경기 활성화 통한 단기 경기 부양 효과 노려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15일 '해머론'을 들고 나왔다.

박 대표는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의 조찬회동에서 "전국 곳곳에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동시다발적으로 착수해 전국토가 거대한 공사장처럼 느껴지게 해야 한다"며 "건설의 해머소리가 들리게 하지 않으면 경제 난국을 돌파할 동력을 얻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속도전을 주문했다. '전광석화', '질풍노도' 같은 말을 쓰면서 "좌고우면하지 말고 오늘 즉시 한다는 생각으로 해야 한다", "모든 국민들이 KTX를 탄 것처럼 속도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처칠 총리가 당일 처리해야 할 급한 보고서에 '빨간 딱지'를 붙였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우리도 유명한 일화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평소 이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현안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자제해 색깔이 없다는 비판까지 받던 박 대표가 강경한 목소리를 낸 데 대해 정치권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청와대와 한 배를 탄 여당 대표로서 그만큼 내년 경제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 같은 발언은 이명박 정부 집권 1기가 끝나가는 상황과 맞닿아 있다. 출범 첫 해인 올해야 참여정부 정책의 여진이 남아 있어 독자적인 역량을 발휘하기 힘들었다고 하더라도 이듬해부턴 사실상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압박감이 작용한다는 얘기다. 언제까지 전 정부 탓이나 세계 모든 국가가 겪는 공통의 위기라는 해명을 늘어놓을 순 없는 노릇이다.

박 대표는 경제 회복의 물꼬로 건설경기 활성화를 제시한 청와대를 집중 지원키로 한 것으로 보인다. 대운하 의혹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직접 4대 강 정비 사업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4대강 정비 같은 하천 정비 사업은 다른 건설사업보다도 빠른 경기 부양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도로·철도 등 다른 사회 기반 시설의 경우 계획을 세워도 토지보상 절차가 만만치 않은 반면 하천은 보상 절차가 없어 예산만 확보되면 곧바로 사업에 착수할 수 있어 단기 부양 효과가 크다는 얘기다.

내년도 예산안에서 SOC 예산과 4대 강 정비사업 예산이 당초 여야 협상 과정에서 상당 부분 삭감키로 절충점을 찾은 것과 상관없이 결국엔 거의 삭감되지 않은 것도 이런 점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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