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금융위기 3년 갈 듯".."금융투기에 비용 물려야"

정리=이경숙,황국상 사진=임성균 기자 | 2008.12.15 16:43

[우리 경제에 HIM을]<2-1>에이미 도미니ㆍ이상준 회장 대담<하>

편집자주 | '자본가는 약탈적, 시장은 약육강식의 장'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투자자,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깨끗한 가난함(淸貧)’보다는 ‘깨끗한 부(淸富)’를, 희생보다는 공존을 추구한다. 사회책임투자자, 윤리적ㆍ친환경적 소비자다. 생존 투쟁이 격심해지는 불황기에 이들은 경제에 더 큰 힘을 발휘한다. 머니투데이는 이들을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을 만드는 'HIM(Humane Investment and Market)', 즉 인간적인 투자와 시장이라 이름 붙이고 국내외에서 HIM을 만드는 사람들과 그 현장을 찾아 전달한다.

(앞에서)
"자본주의는 사람들 먹여 살릴
유용한 방법 그러나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이상준 골든브릿지 회장(왼쪽)과 에이미 도미니 도미니사회투자 회장.

이상준 골든브릿지 회장(이하 이)=한국에선 사회책임투자(SRI)펀드에 대한 지대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시장 참여자들이 만족할 만한 SRI 지수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SRI가 유럽, 미국의 수준으로 발전하기 위해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당신이 20년 동안 SRI하면서 겪은 변화가 궁금하다.

에이미 도미니 도미니사회투자 회장(이하 도미니)=우선 SRI의 정의가 달라졌다. 20여 년전엔 기업들이 나쁜 일을 하면 우리는 "20~40년이 지나도 사람들이 당신(기업)들의 일을 기억할 것이다"라는 말로 대화를 시작했다.

당시 SRI는 ‘윤리적 투자(Ethical Investing)’라는 개념이었다. SRI투자자들은 ‘나쁜 일을 통해서 버는 돈을 취하고 싶지 않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 이들이 "SRI는 기업이 더 나은 경영을 하게 하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책임투자 원칙은 투자 대상기업이 어느 정도 지속가능한 성과를 낼 수 있는지 답을 알려줄 수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이행도는 한 기업이 얼마나 좋은 기업인지를 드러내주는 유용한 척도다.

이=미국 서브프라임 사태에서 시작한 위기가 전 세계 금융시장으로 퍼지고 실물시장에까지 전염됐다. 한 3년 갈 것 같다. 지금까지 해온 SRI라는 형태로 투자자들이 투자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가 나온다. 지금의 문제들은 에이전트, 펀드매니저들의 철학 부재로 나타난 결과라고 본다.

도미니=전적으로 동의한다. 나는 미국 사례를 들고자 한다. 월스트리트와 금융서비스는 많은 이들이 중요하다고 동의하는 비즈니스다. 하지만 워싱턴은 그들 금융기관들이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정교한 이해가 없었다. 나는 2년 전 몇몇 상원의원들의 모임에 패널로 참가해, 전 세계 은행자금이 대략 600조 달러인데 전 세계 GDP의 총합은 60조 달러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금융은 세계에 그 어느 것보다도 더 많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데, 왜 당신들은(상원의원들은) 정보 공개를 요구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들(미국 정치인)은 이 작은 행성에서 일어나는 금융투기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지금은 100% 완전히 바뀌었다. 모든 정부들은 이제서야 금융투기가 사회에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을 뿐더러, (금융투기의) 고용창출 효과도 금융투기의 해악에 비해선 미흡할 뿐이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이를 풀기 위해 나는 나만의 답을 가지고 있다. 금융투기 활동에 비용을 물리면 된다. 금융투기에서 얻는 이익에 95%의 세금을 붙이는 것도 방법이다. 현실적이진 않은 대안이긴 하다(웃음). 금융투기의 해악을 최소화하는 또 다른 방법은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다. 법인들의 수익을 알 수 있도록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세계 금융위기로 전 세계적으로 M&A(인수합병) 물량이 많아졌다. 우리(골든브릿지)는 이럴 때 회사를 인수해 구조조정을 해 돈을 번다. 응급실의 외과의사처럼 과감하게 잘라낼 건 잘라내 기업을 살리는 게 우리 역할이다.

우리는 그동안 100여건에 가까운 M&A를 진행해 거의 대부분 성공시켰다. 죽어가는 기업을 구조조정해 5만 여명의 일자리를 유지했다. 아이로니컬한 결과다.

지금처럼 세계 경제가 어려우면 우리 같은 전문금융사뿐 아니라 일반 기업들도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다. 구조조정과 SRI는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가.

도미니=매우 도전적인 질문이다. 구조조정에 SRI를 적용하는 기업은 많진 않다. SRI는 투자대상기업이 부적절한 경영이나 부패 같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더 잘 경영하도록 하는 도구다. 그러나 구조조정 방식의 금융에선 당신(골든브릿지)의 방식, 즉 구조조정 대상 회사를 살리는 게 우선일 수 있다. 구조조정에 SRI를 적용하는 건 매우 어려운 과제다.

원래 금융의 기능은 거래다. 금융은 투자이익을 추구하기에 앞서 거래 활성화 등 본연의 역할을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금융이나 자본주의가 사람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자본주의는 사람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유용한' 방안이라는 이유로 선택되었을 뿐이다.
↑이상준 골든브릿지 회장(왼쪽)과 에이미 도미니 도미니사회투자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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