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공격투자가 남긴 것

더벨 황철 기자 | 2008.12.15 09:42

[thebell note] 박이사장 취임 후 주식형펀드 2조원대 신규투자

이 기사는 12월12일(17:17)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 박해춘 이사장은 취임 직후 3개월간 2조1417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주식 간접투자시장에 새로 투입했다. 지난해 1년치 신규 투자액(2조2451억원)과 맞먹는 액수다.

이 시기는 주가지수 급락으로 펀드 손실이 한창이었다. 국민연금이 정책적으로 증시 떠받치기에 나섰던 때도 아니다. 약세장을 틈탄 투자목적으로 자금을 쏟아 부은 것이다. 박 이사장의 승부사적 기질을 엿볼 수 있는 대목.

그러나 승부는 현 상황으로 볼 때 실패로 귀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민연금은 이후 한달여간 주식형 펀드로만 2조7204억원의 대규모 손실을 봤다. 신규투자액보다 5700억원이나 큰 액수다. 기투자분의손실을 만회하기는 커녕 공격적투자로 손실 규모만 키웠다.

3개월만에 1년치 신규투자 집행

더벨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11월7일 기준) 국민연금의 주식형펀드 위탁자금 잔액은 총 14조207억원. 9월말 평가액 16조7411억원과 비교하면 2조7204억원이나 줄었다. 한달여만에 -16.25%의 수익률을 나타낸 것이다. 이 기간(10월1일~11월7일)동안 신규로 집행(편입·편출)한 자금은 없었다.

박해춘 이사장은 취임 직후 주식 직·간접투자시장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약속대로 3분기에만 2조가 넘는 금액을 신규로 주식형 펀드에 투자했다. 올 상반기(김호식 전 이사장 시절) 신규 투자액 총 1조원보다 배 이상 많은 액수.



결과는 좋지 않았다. 단 한달(10월31일 기준)만에 신규 투자액보다 7000억원 가량 많은 2조8802억원(-17.2%)이 잔고에서 빠져나갔다. 그나마 11월 들어 일주일간 1597억원의 평가익을 얻으면서 손실폭을 줄였다.


물론 이 같은 대규모 손실의 원인은 주식시장 붕괴에 있다. 하지만 박 이사장 특유의 공격적 투자 성향도 배경에 있다.

국민연금의 월별 주식 위탁운용 현황을 보면, 1분기에만 잔액이 8992억원 늘었을 뿐 2분기 1조6240억원이나 줄었다. 이미 박 이사장 취임 이전 대세 하락장으로 접어들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좀더 자세히 운용 상황을 들여다보면 전·현직 이사장의 투자 성향차가 확연히 드러난다.

국민연금은 김호식 전 이사장 취임 시절인 올해1분기, 주식형펀드에 8000억원을 신규투자했다. 국민연금이 그동안 연간 2조~2조5000억원을 투자해 온것과 비교하면 적지 않은 액수다. 그러나 1분기 증가액은 8992억원으로 신규투자 규모(8000억원)에 비해 수익률이 썩 좋지 않았다.

국민연금은 이를 감안, 2분기 신규 투자액을 2000억원으로 대폭 줄였다. 1분기 투자실적을 토대로국내 증시에 관망 자세를 취한 것. 결과적으로 2분기 1조6000여억원의 손실이 났지만, 공격적으로 투자를 늘렸더라면 수익률은더 크게 하락했을 것이다.

공격 투자 문제 없나

바통을 넘겨받은 박 이사장은 전 분기 본격적 하락장 진입에도 이례적으로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그는 3개월만(6월~9월)에 2007년 한해 신규투자액(2조2451억원)과 맞먹는 금액(2조1417억원)을 주식 간투시장에 풀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자산 증대를 위해 공격적 투자에 나서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일은 아니다"며 "그러나 대세 하락장에서 주식 간투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겠다고 하면, 운용사 입장에서도 상당히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이때 수익률을 못 맞춘 몇몇 운용사가 제재를 받았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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