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보다 체력… 은행 '생존 다이어트'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 2008.12.15 08:32

[2008 금융강국KOREA] <2부> 위기는 기회다(4)

- 내년 수익성 개선·위기 관리에 초점
- 국민·우리 은행등 점포·부서 통폐합
- "사각지대 파생상품도 적극 관리를"

"4대 은행 중 한 곳이라도 무너진다면 우리 경제는 파국을 맞게 될 겁니다." 최근 만난 A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내년 우리 목표는 생존"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시장점유율을 놓고 지난 수년 동안 치열한 경쟁을 벌인 은행들이 이제는 '자신과 싸움'을 선언했다. 외형 확장 대신 최악의 위기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는 '체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진땀을 흘리는 은행들의 내년 사업계획의 초점은 건전성 제고 및 리스크 관리다.

◇외형보다 수익성=통상 은행들은 영업점을 개설한 후 수익성이 떨어지더라도 대부분 그대로 유지했다. 수익 대비 비용에 상대적으로 둔감했다는 얘기다. 시중은행들의 점포수가 꾸준히 증가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 2006년 3분기 말 4499개였던 시중은행의 국내 점포수(지점, 출장소)는 그해말 4547개로, 3개월새 57개 증가했다. 이어 지난 한해 100개 가까이 늘었고, 올들어서도 9월 말까지 101개 증가했다. 이미 지난해부터 미국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문의 부실 여진이 감지됐으나 은행들은 외형경쟁을 계속한 셈이다.

은행들은 이제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국내 최대 점포망을 구축한 국민은행은 내년 1월 60여개 점포를 인근 점포와 통합하거나 폐쇄키로 했다. 비용절감은 물론 점포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연간 600억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한다.

우리은행도 본점의 일부 중복부서를 통폐합하고 본부 인력의 최대 20%를 일선 영업점에 전진 배치하기로 했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자동화기기 240여대는 연말까지, 중복점포 30여개는 점진적으로 통폐합할 계획이다.


신한은행도 국내 100여개 지점을 통폐합하고, 본부 부서를 슬림화하기로 했다. 비업무용 자산 및 불필요한 자산도 매각할 방침이다. 하나은행은 내년 중 단계적으로 10여개 영업점을 줄이는 등 비용절감에 나서기로 했다.

◇위기관리로 승부=은행들은 내년 영업여건이 올해보다 악화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누가 리스크 관리를 더 잘하느냐로 명암이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내년에는 성장성, 수익성, 건전성 및 자본적정성 등 모든 측면에서 악재가 많다"며 "은행 전략이 위기관리체제로 전환돼 그 능력을 검증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경기둔화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내년에는 건전성 및 리스크관리 등에 사업역량을 집중키로 했다. 또 불투명한 경제환경을 감안해 내년 경영전략을 대내외 위험요소 및 위험관리에 중점을 둔 '일반계획+비상계획'의 듀얼시스템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내년 사업계획에서 수익성 개선 및 리스크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내년 지점별 종합업적평가(KPI)기준에서 수익성 및 리스크관리 비중을 높인 것이 단적인 예다. 하나금융그룹은 비즈니스유닛(BU)별 리스크관리체계를 마련했다. 계열사별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대신 BU별로 리스크를 측정·관리하려는 시도다.

금융계에선 은행권이 리스크에 노출된 원인부터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은행권의 자산·부채 종합관리는 위험조정수익률의 극대화를 위해 자산과 부채를 유기적으로 연관지어 관리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파생상품이 국내 은행의 시장 위험, 유동성 위험, 거래상대방 위험 등을 악화시키면서 기존 체계의 한계가 드러났다"고 말했다.

파생상품은 환율변동에 따른 마진콜 등으로 국내 은행의 외화유동성을 압박했다. 은행들은 유동성비율을 맞추기 위해 특판예금을 끌어모았고, 이는 결국 은행권의 순이자마진(NIM)을 떨어뜨렸다. 은행과 감독당국이 파생상품의 리스크관리에 새로운 접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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