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내년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종합)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 2008.12.12 11:21

외환위기 이후 최악…내년 2.0%, 2010년 4%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은 매우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전제로 삼고 있다. '내년 2%, 2010년 4% 성장'은 세계경제성장률이 각각 1.9%, 2.5% 성장해야 달성가능하다. 만약 세계경제가 예상보다 더욱 나빠지면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 경제의 내년, 내후년 성장은 성장동력 확대보다는 '살림 축소'를 통해 이뤄진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감소하지만 수입이 더 크게 줄어들며 달성가능한 수치다. '살림'을 대폭 줄이면서 근근이 버틴다는 얘기다.

게다가 한국은 다른 이머징마켓 국가처럼 4~5% 수준의 성장률을 달성해야 정상 추세를 유지할 수 있는 '성장형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따라서 내년 2% 성장은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인 셈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성장동력 크게 위축= 한국 경제는 내년에 전 부문에서 심각한 위축을 겪게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최대 성장동력인 수출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한은 전망에 따르면 올 4분기 상품수출(통관 기준)은 전년동기대비 6.1% 감소하고 내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10.7%, 1.4% 감소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통관 기준 상품수출 증감율은 올해 14.7% 증가에서 내년 6.1% 감소로 돌아설 전망이 다.

상품수입(통관 기준)의 경우 올 4분기에 5.9% 감소하고 내년 상반기, 하반기에 각각 17.1%, 8.6%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으론 12.9% 감소세를 보일 전망이다. 2001년 -12.7%를 기록했던 수출 증가율은 2002년(8%) 2003년(19.3%) 2004년(31%) 2005년(12%) 2006년(14.4%) 2007년(14.1%) 등으로 줄곧 두자릿수를 지켜왔다.

내수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한은은 "민간소비의 경우 실질소득 증가세 둔화, 고용사정 악화, 역자산효과 및 가계채무부담 증대 등으로 부진이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올 4분기 -1.3%를 기록하고, 내년 상반기에도 0.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 하반기에 2.1% 증가하면서 연간으론 0.8% 증가율을 기록하겠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다만 건설투자의 경우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 행정복합도시 투자 본격화 등 호재로 올해보다 다소 좋아질 것이라고 한은은 내다봤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올 4분기에 -7.2%을 기록하고, 내년 상반기에도 -2.8%로 감소세를 보일 것으 로 예상된다.

김재천 한은 조사국장은 "내년에 주식,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크게 하락하며 '역자산 효과'가 소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실질 임금상승률이 내년에 소폭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용시장도 최악의 시기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내년 신규 취업자수 증가가 4만명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수치상 지난 2003년에 신규 취업자수가 3만명 줄어든 뒤 가장 어려운 한해가 될 전망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4~5% 수준으로, 이 아래라면 그만큼 경제 자체가 쪼그라드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달성 가능한 수치인가= 한은은 전망과 관련해 "세계경제가 내년에 2% 가량 성장하고 2010년에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은행은 최근 내년 세계경제성장률을 0.9%로 제시했다. 지난 1970년대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전세계 교역량이 27년만에 처음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수요 감소로 거의 모든 나라가 수출 감소를 겪게 되고,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수출금융이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 측도 이번 전망에 대해 스스로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김재천 국장은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상황이 계속 증폭되면 세계경제 성장률은 더 낮아지고, 최악의 경우 마이너스 성장도 가능하지 않겠냐"며 "이럴 경우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률도 큰 타격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선진국에서 투자은행(IB), 상업은행, 대기업 등이 추가 도산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성장률이 제로 또는 마이너스로 내려갈 전망이다.

◇착시효과 경계해야= 2010년 4% 성장에는 큰 의미가 없다는 분석이다. 내년 성장률이 워낙 낮아진 탓에 '착시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내년과 내후년에는 경제가 지속적으로 축소되는 시기일 수밖에 없다"며 "특히 2010년에는 내년에 줄어든 것에서 기술적으로 반등하는 효과를 보이게 된다"고 말했다.

'수출감소→기업생산 및 투자 위축→고용악화→국민소득 급감 및 가계부채 급증→민간소비 급감→기업투자 위축→수출감소'라는 악순환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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