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하이닉스 단상..입(口)은 재앙의 문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 2008.12.15 09:05
입(口)은 재앙의 문(口禍之門)이니 재앙은 입에서 나오고(禍從口出), 말이 많으면 자주 곤궁에 빠진다(多言數窮)는 얘기가 있다.

항상 말을 할 때는 조심하고, 가급적 말을 삼가라는 뜻의 사자성어들이다.

요즘 하이닉스 IR팀은 밤잠을 설친다고 한다. 연일 정제되지 않은 말들과 '설' 때문이다.

정제되지 않는 말과 설은 그 '말'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위치에서 나온다.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말'은 한마디 한마디를 할 때도 조심할 수밖에 없다.

채권단이 하이닉스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한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그 말이 향후 어떤 파장을 미칠 지를 심각하게 고민했을까 의문이 든다.

2001~2003년까지 채권단이 하이닉스를 지원한 것을 두고 미국과 일본, EU는 한국정부가 채권단을 압박해 하이닉스를 지원했다고 주장해 하이닉스에 수년간 상계관세를 물렸다.

외국 정부는 언론을 통해 나오는 한국 정부 당국자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모두 쌓아뒀다가 필요할 때 끄집어낸다. 이번에 이 장관의 발언 취지가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해명이 되긴 했지만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또 지난 11일 한 증권사는 하이닉스가 8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더라도 내년에 추가로 2조원이 더 필요하다는 리포트를 내놨다. 내년 적자가 2조 5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했다. 또 다른 증권사는 삼성전자가 4분기에 적자가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많은 시장분석가들은 리포트를 내고 투자자들에게 그것을 참고하라고 하지만 그 리포트의 말미에는 꼭 이렇게 써놓고 있다.

"이 자료는 투자참고용이며 투자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

자신의 리포트에 책임을 질 수 없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미국의 경우 전망을 잘못한 리포트를 발간한 분석가는 이로 인해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하기 일쑤여서 늘 조심한다.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실제 실적발표 때 전망과 다른 실적이 나오면 시장분석가들은 '어닝 서플라이즈(Earning Surprise)'니 '어닝 쇼크(Earning Shock)'니라는 말을 한다. 이 말을 달리 표현하면 "내가 잘못 예측해 실적을 너무 낮게 잡았네요"나 "내가 잘못 분석해서 실적 전망을 너무 높게 했네요"다.

그리고 아무도 잘못 분석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 시장을 꿰뚫어보는 가장 정확한 리포트는 '시장 기대치에 부합'이라고 표현한다. 정확히 예측했다는 말이다.

11일 장중에는 또 하이닉스 감자설이 퍼졌다. 그 발원지는 인터넷메신저다. 근거도 없고 출처도 없다. 출처불명의 감자설은 하이닉스의 주가를 11% 넘게 하락시켰다. 이튿날 채권단이 서둘러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손실은 회복되지 않았다. 앞다퉈 출처 불명의 정보를 나르는 언론들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전세계 경제가 어렵고, 국내 기업도 그 여파를 피할 수 없다. 이럴 때 일수록 정제되지 않은 말들은 삼갈 필요가 있다. 말로 인한 피해가 우리 국민에게 고스란히 씌워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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