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 정말 끝났나

더벨 이승우 기자 | 2008.12.12 08:49

급등 뒤 조정 시각 '우세'..불안 요인 여전히 많아

이 기사는 12월11일(20:21)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달러/원 환율이 연일 급락하면서 추가 하락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락 추세로 진입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 대부분은 최근의 환율 급락을 과도한 급등 이후 조정으로 보고 있다.

아직은 국제금융 시장의 불안요인이 남아 있어 언제 어디서 사고가 터질지 모른다는 게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다만 국제금융시장에서 국내 금융회사들의 외화조달 여건이 개선될 경우 원화의 비정상적인 약세는 멈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도한 평가절하 '되돌림'

9월말 현재 전년말 대비 원화 절하율은 22.4%. 금리를 대폭 내린 유로화 뿐 아니라 신흥 국가들의 통화에 비해서도 과도하게 가치가 떨어졌다.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거나 혹은 국가 부도 가능성 등 한국 경제에 대한 큰 우려가 없는 상황(물론 외채와 금융회사 문제 등은 잔존)에서 상대적으로 절하폭이 컸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절하폭이 컸던 만큼 최근의 되돌림 폭도 커질 수 있는 이유다.

절하폭에 대한 되돌림이 얼마가 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과거와 같은 900원대 환율로의 복귀는 아닐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다.

이탁구 KB선물 애널리스트는 "그동안의 급등 이후 조정을 받고 있는 것"이라며 "아직 추세 전환을 이야기하기에는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외국계 은행 딜러도 "조정으로 보고 있고 중장기적으로 여전히 방향은 아래보다는 위인 것 같다"며 "1300원을 중심으로 아래 위 어느 정도 선에서 조정폭이 결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바뀐 환경

환율 되돌림의 여건이 어느 정도 조성된 것은 사실이다. 국가 전체의 외화 수급을 나타내주는 국제수지가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상수지는 9월 13억5000만달러 적자에서 10월 49억1000만달러 흑자로 극적 전환했다. 당분간 흑자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한국은행은 전망하고 있다.



자본수지는 여전히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지만 개선될 징후가 보이고 있다. 이는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매매 동향에서 포착되고 있다.




외국인들은 지난 나흘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7531억원어치 국내 주식을 사들였다. 달러로 환산하면 6억달러 정도가 된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아 이로 인한 자본 수지 개선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부족한 달러를 시중은행을 통해 계속해서 공급하고 있다.

또 하나 실제 달러를 많이 쥐고 있는 수출 기업들의 태도가 변하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 대기업들의 달러 매도를 부추길 정도로 기업들은 최근의 환율 상승을 즐겼다. 하지만 연말을 대비해 보유 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한 관계자는 "그동안 기업들의 매매패턴은 수요와 공급 우위가 번갈아 나타났는데 이번 주 들어 공급 우위 패턴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월말 회계 처리와 원화 자금 수요가 증가한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전략상 달러 팔기를 미루기도 했지만 은행과의 거래 한도 소진으로 추가 달러 매도가 불가능했던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환율이 하락하면서 그동안 팔았던 선물환의 평가손실이 줄어 거래 한도가 다시 생겨나고 있다. 또 동일인 여신한도 확대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은행권의 기업 외환거래 확대 움직임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전한 불안 요인

원화 가치가 오르는 데 여전히 발목을 잡는 요인들은 많다. 미국과 전세계 국가들의 대규모 경기 부양 정책에 호응해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는 듯 하지만 불안 요인들이 잠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먼브러더스와 같은 거대 기업들이 또 무너지게 될 경우 체력이 떨어진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김재은 하나대투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여러 정책 효과들이 서서히 반영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이전과는 시장 분위기가 달라졌고 신용경색에 대한 우려가 완화된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신용경색 문제 해결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마찰적 부분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외 변수에 더불어 대내적으로 금융회사들의 외화 자금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연말과 내년 상반기까지도 외화 조달이 안될 경우, 보유 외화로 기존 차입금의 만기 상환에만 열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 이후 공모 채권 발행을 통한 외화 조달에 성공한 금융회사는 거의 없다.

외화 자금 사정 뿐 아니라 은행들의 건전성 악화도 외화 흐름의 선순환을 막는 요인이다. 은행들은 BIS비율을 높이기 위해 원화 뿐 아니라 외화 자산, 즉 매입외환(네고)을 꺼리고 있다.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연내에 이 같은 현상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시중은행 한 외환딜러는 "국내 은행들의 유동성 문제들이 계속 남아있어 환율이 단기간에 1200원 선까지 하락하기는 다소 무리"라며 "예기치 못한 이슈들이 불거질 때마다 나타날 수 있는 변동성에 대해 여전히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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