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키코 손실 기업이 아닙니다"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 2008.12.12 08:04
"키코(KIKO)로 인한 손실이 절대 아닙니다."

수출비중이 95%를 넘는 메타바이오메드의 오석송 사장은 '키코'라는 말이 나오기 무섭게 손사래를 쳤다. 환보험 손실에 대해 해명하기에 앞서 키코라는 단어를 다시 듣고 싶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올 4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메타바이오메드는 의료용 소재개발을 하는 유망 벤처기업이다. 공모가 9000원이 장 첫날 1만2500원에 거래를 시작하는 등 초반 분위기는 좋았다. 하지만 환보험손실이 23억원 발생하면서 키코주로 몰려 4월29일 장중 고가 대비 77% 급락했다.

23억원의 환손실을 제외하고도 3분기까지 순익만 12억원, 연말까지 예상 순이익 20억원이라는 펀더멘탈은 키코 태풍 앞에서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 통화옵션 손실로 지난 9월 회생절차를 신청한 태산엘시디의 영향이 컸다. 태산엘시디에 놀란 투자자들이 환손실이 발생했다는 것만으로 키코주로 치부해버렸다.

오 사장은 자신들이 가입한 보험은 수출보험공사의 환변동보험으로 키코와 설계구조가 다르다고 강조한다. 키코는 정해진 환율의 범위를 벗어나면 설정액 이상으로 손실이 확대될 수 있지만 수출보험공사의 환변동보험은 설정액 내에서 손실이 확정된다는 설명이다.


1680만달러짜리 환변동보험에 든 메타바이오메드가 23억원 환손실에 그친 것도 이 때문이란다. 수출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이 환변동보험을 들지 않는 것도 당시로선 선택하기에 어려운 일이었다고도 한다.

중소기업에겐 키코의 악몽이 이처럼 끔찍한 수준이다. 이제 수출기업은 달러를 벌어오는 '효자'기업이 아니라 키코 손실이 의심되는 기업이 돼버렸다. 수출주도형 중소기업들이 영웅시되던 때가 있었다. 몇천만불, 몇억불 수출탑 수상은 여전히 이들 기업의 자랑이다.

하지만 이제 이들의 기업설명회(IR)에선 수출실적보다 키코 손실이 더 관심사가 됐다. 키코 폭풍이 지나가고 다시 수출실적으로 이들 기업이 평가되는 날이 빨리 오기를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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