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를 내려 유동성을 늘려주고 회사채 금리도 끌어내려 기업의 '돈맥경화'를 해소시키겠다는 계산이다.
통화당국의 이러한 의도는 일부 성공을 거둔 모습이다. 회사채 금리는 기준금리 인하 후 하락(가격상승)폭을 확대하면서 신용스프레드(국고채와 회사채간 금리차)를 소폭 좁혔다. 국고채 금리보다 낙폭이 더 컸다는 얘기다.
하지만 회사채 금리가 본격적으로 하락 추세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구조조정이나 엄격한 신용평가를 통한 회사채의 옥석가리기를 병행하지 않으면 기준금리 인하만으로 시장 안정을 꾀하긴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11일 장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은 전일대비 0.20%포인트 급락한 4.01%에 거래를 마쳐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국고채 5년물은 전날보다 0.08%포인트 하락한 4.44%에 마감했다.
3년만기 회사채 'AA-' 금리도 전날보다 0.24%포인트 하락한 8.62%를 기록했다.
기준금리 인하 효과로 인해 신용스프레드는 4.61%로 전날에 비해 0.04%포인트 내려갔지만, 회사채 금리는 연중 최저 금리였던 지난 4월30일 5.82%에 비하면 아직도 한참 높은 수준이다.
신용경색 해소를 언급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다.
기준금리와 연동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역시 금리 인하폭을 그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이날 91일물 CD 금리는 전일대비 0.69%포인트 급락한 4.75%에 거래를 마쳤지만 기준금리 인하폭(1.00%포인트)에 못 미쳤다.
신동수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CD금리가 상대적으로 만기가 긴 국고채 3년물보다 높은 수준에 거래되고 있는 것은 은행에 대한 유동성 우려감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증거"라며 "금융기관이 위험을 감수하고 매수에 나설 정도로 신용 리스크가 해소된 게 아니기 때문에 회사채 금리가 추가로 내려가긴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준금리 인하란 '장작'을 때워 아랫목(국고채)을 데우고 윗목(회사채)까지 따스하게 하겠다는 통화당국의 의도가 생각만큼 먹혀들지 않은 셈이다.
이날 회사채 거래는 1조9000억원 가량으로 이달 평균 3500억원에 비해 큰 폭으로 늘었다.
서철수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지난 8일부터 채권시장안정펀드 운용을 앞두고 미리 은행채를 위주로 매수하려는 수요로 거래량이 일시적으로 증가했다"며 "아직 회사채 거래가 활기를 띨 정도로 매수세가 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차장훈 하이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기업의 유동성 지원과 엄격한 신용평가를 통한 구조조정 등 근본적인 대책 등 가시적인 정책이 나오지 않으면 회사채를 매수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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