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파격인하' 왜… 제로금리 가나?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 2008.12.11 15:22

(종합)시장 매입주체로 나설지 주목

한국은행이 11일 그야말로 '종합 선물세트'를 내놨다. 기준금리와 총액한도대출금리를 모두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췄다. 경기침체가 심화될 경우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이성태 한은 총재(사진)는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비상사태라고 판단될 경우 한은이 직접 기업어음(CP), 회사채 등을 직접 매입하는 시장 주체로 나설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날 한은이 내놓은 대책은 모두 시장 예상을 깬 '파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만큼 내년 1분기부터 한국 경기침체가 심각할 것이라는 반증이다.

◇한은 '깜짝쇼' 왜= 한은은 내년 한국경제 전망과 관련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우려감을 나타냈다. 올 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이 우려되는 가운데 내년 경제전망(12일 발표) 역시 당초 예상보다 크게 낮아질 것임을 내비쳤다.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후 배포한 '통화정책방향'에서 "국내 경기는 소비, 투자 등 내수부진이 심화되는 데다 수출도 감소로 돌아서면서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며 "신용경색 등 금융시장 불안과 함께 세계 경제의 침체로 향후 성장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이와 관련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통상 3~5년 가량인 경기 사이클에서 진폭이 훨씬 커졌다"며 "현재 위기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1.00%포인트 금리인하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이어 "최근 국내 경기가 두세달 사이에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10월말 긴급 금통위, 11월초 금통위 정례회의 이후에 경기가 더욱 빠르게 위축되고 있어 이에 '전격적으로' 선제대응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는 설명이다.

내년 1분기에 경기침체 심화, 구조조정 본격화 등으로 사상 최악의 시기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적극적인 '선제 대응'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한은은 또 소비자물가의 오름세가 국제유가 하락, 경기둔화 등에 따라 둔화되고 있고,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가압력이 크게 낮아져 사상 최대 수준의 인하를 단행하는 여지를 확보했다.


정책 '타이밍'도 절묘했다는 분석이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금리인하는 환율상승 요인으로 작용해 통화당국 입장에서 부담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데, 최근 환율이 급락하며 대폭 인하의 여건을 뒷받침했다"고 분석했다.

◇'제로금리'로 가나= 향후 기준금리가 어느 선까지 내려갈 것인지도 관건이다. 이 총재는 이와 관련 "유동성 함정에 빠지면 통화정책이 무력해 지는데, 현재 한국은 이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며 경기침체 등 위기 정도에 따라 추가인하에 나설 수 있음을 내비쳤다.

기준금리는 이번 조치로 두 달만에 2.25%포인트 내려갔다. 추가 인하는 최악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1분기를 비롯 향후 한국 경제의 위기상황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만약 현재 예상하는 것보다 위기국면이 더욱 심각해질 경우 추가인하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다.

내년 1분기부터 금융·기업 구조조정이 본격 진행되며 부실처리가 진행되면 시장 충격은 지금보다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구조조정 속도와 시장 영향, 한국 경제의 저점 도달 및 회복 속도 등에 따라 금리정책이 달라질 전망이다.

한국이 제로금리까지 내려가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배민근 선임연구원은 "원래 금리 수준이 2% 수준이었던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5.25%라는 높은 수준에서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다"며 "제로금리는 통화당국 입장에서 커다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른 유동성 확대 정책들을 동시에 펼치며 효과를 극대화하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한은은 비상사태로 판단될 경우 발권력을 동원해 기업어음(CP), 회사채 등을 직접 매입하는 시장주체로 나설 수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또 앞으로 은행들로부터 사주는 환매조건부채권(RP) 규모를 대폭 줄여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한은은 RP매각 규모를 금융기관 신청액 10조4000억원의 절반인 5조원 수준으로 대폭 줄였다. 기준금리 인하로 RP 금리도 3%로 떨어지는 가운데 애써 풀어준 유동성을 다시 한은에 맡기기 말고, 시중 유동성을 보강하는 쪽으로 운용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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