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없이 사는게 진짜 부자아닌가요"

머니위크 김성욱 기자 | 2008.12.17 04:04

[머니위크 인터뷰]라의형 포도재무설계 대표


“부자가 되느냐 안 되느냐가 갈라지는 것은 50대 중후반 이후입니다. 자산운용 결과로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근검절약을 하고 일반 사회생활에서 작은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부자가 되는 길이더군요.”

흔히들 젊을 때 투자 잘하고 자산을 잘 굴려야만 노후를 편하게 보낼 수 있는 ‘부자’가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와 다른 의견을 내놓는 재무컨설턴트가 있다. 바로 포도재무설계를 이끌고 있는 라의형 대표다.

라 대표는 “흔히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서는 최소 10억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여기에는 과장적인 요인이 있다”고 말한다.

라 대표는 좀 색다른 이력을 갖고 있다. 그는 ‘노동 운동가’이자 ‘해직 근로자’ 출신이다. 대학 2학년을 다니다 중퇴하고 노동현장에 투신한 그는 1990년대 후반 울산에 있는 모기업에서 해고를 당한 후 직업을 갖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동료였던 근로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게 됐다. 라 대표는 울산 산업현장의 용접공과 오토바이를 타는 노동자들이 위험에 많이 노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험 가입에 제한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에 그들을 위해 보험사들과 협상한 끝에 새로운 개념의 ‘소멸성 보험’을 만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라 대표는 같이 노동운동을 했던 8명의 동료와 함께 울산에 보험대리점을 만들게 됐다. 이 울산의 보험대리점이 현재의 포도재무설계의 근간이 됐다. 라 대표가 민주노총에서도 일을 해 처음에는 "민주노총에서 그렇게 할 것이 없어서 보험까지 파느냐"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라 대표는 그러나 근로자들이 보험 가입에 제한이 있을 뿐만 아니라 예금, 대출은 물론 주식투자 등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제대로 된 재무컨설팅도 받지 못하는 것을 보고 이들을 포함한 중산층과 서민층을 위한 자산관리 컨설팅을 시작하게 됐다. 라 대표가 본 서민들의 재무관리는 그야말로 주먹구구식.

라 대표는 “대부분의 서민들은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예적금 관리도, 대출도 잘못된 경우가 많다”며 “예금 및 대출관리, 그리고 올바른 주식투자에 대한 교육과 상담을 하다 보니 현재의 종합 재무설계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부채상담, 전문가 도움 받아야

포도재무설계는 1998년 8명이 울산에서 시작해 현재는 전국에 10개 지점 207명의 직원을 둔 조직으로 성장했다. 어려운 시기에 시작해 꽤 성장을 한 셈이지만 라 대표는 “10년된 회사 치고는 성공한 기업은 아니다”라고 겸손해 한다.

포도재무설계가 라 대표의 말처럼 제대로 ‘성공한 기업’이 되지 못한 것은 수익보다 서민에게 도움을 주자는 데 초점을 맞춰왔기 때문이다.

라 대표는 “처음 시작부터 보험 판매보다는 근로자와 서민층을 도와주자는 생각으로 시작했고, 지금도 ‘우리가 아니면 누가 하겠는가’라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면서 “우리 회사는 물론 서민들에게도 돈 버는 행위 자체가 우리 사회의 성숙에 도움이 되는 일이 되도록 하자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 대표는 자산운용을 통해 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 부채를 줄이기 위한 소비점검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부채를 줄이기 위한 소비생활 점검보다 돈 벌기에만 치중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금융, 세무, 법률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라 대표는 “믿어지지 않겠지만 우리가 상담한 고객 중 15%는 은행, 증권 등 금융사 의 직원이며 세무사나 변호사, 의사 등 부유층으로 불리는 사람들도 많다”며 “돈은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의 문제로 전문지식이 많다고 재무설계를 잘 하는 것은 아니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도재무설계는 지난 9월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시행하는 서민 부채클리닉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부채클리닉은 보건복지가족부가 어려운 서민들에게 퍼주기식 지원이 아닌 자활의지를 심어줘야 한다는 판단으로 시행하게 됐다.


라 대표는 “9월 이후 현재까지 400건 정도 상담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를 근거로 보면 부채에 눌려 사는 서민들이 몇백만명은 될 것 같다”며 해결하기 쉽지 않은 부채에 고민하는 사람들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라 대표는 “이들은 금융공학적으로 답이 안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우리가 하는 일은 이들에게 고통의 끝이 보일 수 있는 희망을 짜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이 사업은 타산이 맞지 않지만 상담을 하다보면 안 해줄 수도 없어 고민”이라며 은행권 등의 경험 있는 재무설계 전문가들의 자원봉사를 당부했다.

◆고객에 대한 의무감으로 유료 상담

포도재무설계가 다른 GA(General Agency:보험대리점)와 구분되는 점은 보험 등 금융상품 판매뿐만 아니라 유료로 재무상담을 한다는 점이다. 물론 금융상품 판매가 포도재무설계의 매출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는 있지만 유료 재무상담을 업무의 핵심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유료 재무상담은 솔직히 익숙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은행이나 증권, 보험사 등을 찾아가면 무료로 상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포도재무설계는 울산에서 보험판매 대리점으로 시작할 때부터 2000원의 상담료를 받았다. 현재는 고객의 자산과 처해진 상황에 따라 10만~40만원의 상담료를 받고 있다. 포도재무설계가 유료를 고집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고객에 대한 의무감과 책임감 때문이다.

라 대표는 “단순히 보험상품만 판매하지 않고 고객에게 유리하고 객관적인 자산을 짜 주겠다는 의무감으로 상담료를 받고 있다”며 “고객의 솔루션을 잘 짤 수 있는 안전핀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객도 돈을 내고 상담을 받으면 성실하게 응하기 때문에 상담이 풍성하게 진행될 수 있는 등 유료냐 무료냐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부자되기 위한 세가지 조건

라 대표는 부자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크게 세가지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미래의 것을 미리 당겨쓰면 안 된다. 라 대표는 “부자의 공통점은 근검절약과 저축을 했다는 것”이라며 “신용카드, 마이너스통장, 대출 등 미래의 수익을 현 시점에서 사용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두 번째로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말라. 기본적으로 땀 흘려 벌지 않은 재산을 사라지기 마련이라는 것이 라 대표의 신조. 주식, 부동산 등으로 대박을 노리다가는 패가망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지 말라. 라 대표는 “남들이 억대 연봉을 받는다고 자신을 한탄만 하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며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자꾸 하다 보면 욕심이 나고 무리를 하게 된다. 분수를 지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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