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없는 평가액, 시세 따지면 '횡재'아니다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 2008.12.21 12:17

[머니위크]경매 반값아파트, 실상을 들여다보니

지난 12월8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경매5계에서는 분당의 알짜 지역인 서현동의 한 시범아파트 201㎡(전용 164㎡)가 3회의 유찰을 거쳐 최초 감정평가가격의 51%에 매물이 나왔다. 감정평가금액은 13억원. 최저 낙찰가격은 6억6560만원이었다.

매물은 유치권이나 법정 지상권이 걸려있지 않은 ‘깨끗한’ 물건이었다. 분당 명문고로 알려진 서현고등학교와 접해있고 지하철 서현역과도 10분 거리다.

학군도 좋고 교통도 뛰어나 예전 같으면 수십명이 몰려들 만한 물건이지만 이날에는 단 두 명만이 입찰에 참여했다. 결과적으로 감정평가금액의 56.63%인 7억3618만원에 고모씨가 낙찰 받았다.

최근 경매시장에서는 반값아파트가 속출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경매에 무지한 사람들도 이 같은 기사를 접하게 되면 ‘부동산 경매나 공부해 볼까’라는 호기심이 생기게 된다. 부동산 경매를 하면 아파트를 정말 반값에 살 수 있을까?

부동산 경매에서 빠뜨려서는 안 될 중요한 문제가 있다. 현재 ‘적정 가격은 얼마인가’이다.

◆진짜 반값일까?

부동산 경매를 잘 모르는 투자자 입장에서 보자면 반값이면 당장이라도 사겠다고 할 수 있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여기서 말하는 반값 아파트란 감정평가금액 대비 반값 수준에서 최저입찰가격이 시작된다는 뜻이다. 최저입찰가격이 반값이라는 이야기는 실제 낙찰자가 지불해야 할 금액은 반값 ‘이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즉 과다 경쟁이 붙으면 감정평가금액 이상을 지불해야 낙찰 받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물론 실제 낙찰가율은 최근 들어 급격히 떨어졌다. 굿옥션에 따르면 12월 초까지 한달 평균 낙찰가율은 전국이 76%, 서울이 73%를 기록했다. 지난해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하락한 것이다. 낙찰되는 금액이 감정평가금액에 비해 평균 25%가량 싸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비슷한 시각에서 보면 고씨는 13억원의 164㎡(60평형대) 아파트를 7억4000만원도 안 되는 헐값에 구입한 것처럼 비춰진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다르다. 우선 고씨가 낙찰 받은 아파트는 13억원의 아파트가 아니다. 13억원은 감정평가금액일 뿐 실제 가격과 괴리가 있다. 부동산 가격은 유동적이다. 게다가 이 아파트의 가격 평가시점은 2월18일이다. 지난 2월에는 아파트 시세는 지금처럼 낮지 않았기 때문에 상당히 평가절상 돼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또 다른 괴리는 아파트 감정평가에 관한 관행적 태도에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아파트 감정평가는 주변 중개업소의 탐문결과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소 높게 책정되는 경향이 있다”고 귀띔했다.

◆시세표의 시세는 참고자료일 뿐

고씨가 낙찰 받은 이 아파트는 가격이 어떻게 될까? 우선 대표적인 부동산 정보업체의 시세표를 확인해 봤다. 이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상한가 12억5000만원, 하한가 10억5000만원, 기준가 11억3500만원이다.

이 같은 정보 역시 현재 아파트의 가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정보업체 관계자는 “시세표가 아파트의 가격을 가늠하는 기준이 되기는 하지만 사실 거래가 끊겼기 때문에 올바른 시세라고 볼 수 없다”고 털어놨다.

예컨대 올해 거래가 없었다면 이전 해 거래금액을 기준으로 하거나 매도자의 호가 기준으로 시세표를 작성하는 식이다.

◆가격 천차만별, 협상의 여지 많아


주변의 중개업소 몇 곳에 이 아파트의 같은 면적에 대한 문의를 했다. 기자임을 밝히고 찾은 L공인에서는 ‘현재 매도자는 13억원에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급매물의 경우 9억원까지 나오는 경우가 있지만 9억5000만원이 아파트를 팔려고 내놓는 금액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실제 거래를 앞둔 것처럼 접근하면 이보다 낮은 가격을 끌어낼 수 있다. 인근의 D공인에 집을 살 것처럼 하면서 문의하자 "집주인과 협상이 필요하지만 말만 잘 하면 8억원에도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내놓은 가격은 별 의미가 없으며 어떤 것이 시세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온라인 등에 떠도는 시세보다 20% 낮지 않으면 쳐다보지 말라”면서 “협상력에 따라 억 단위까지 싸게 살 수 있다”고 충고했다. 한 마디로 사는 사람이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매수자 우위 시장이라는 결론이다.

◆경매 낙찰자, 잘 산걸까?

국토해양부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의 실거래가조회 서비스에 따르면 서현동의 한 시범아파트 201㎡는 올해 11월까지 모두 두건이 거래됐다. 한 번은 4월 말, 또 한 번은 9월 말이다. 4월에는 13억원에, 9월에는 8억6500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단순 수치로만 따지자면 5개월 만에 4억3500만원이 빠진 것이다. 9월에 이 아파트를 구입한 사람은 4월 구입자에 비해 2/3 가격에 구입하는 횡재를 안았다.

그러나 시계를 12월 초로 돌리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횡재를 한 듯한 9월 구입자는 2개월 뒤 경매에 낙찰 받은 고씨에 비해 1억2882만원을 더 주고 구입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렇다면 중개업소를 통해 8억원에 구입하는 것과 고씨의 경우 중 어느 쪽이 유리할까? 부대비용을 감안하면 고씨는 약 6900만원가량 이익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중개업소에서 일반매매를 한 경우 등기비 약 2200만원, 중개수수료 약 700만원 등 2900만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반면 고씨의 경우 취·등록세로 약 2000만원, 명도비용으로 약 400만원 등 2400만원만 추가하면 된다.

고 씨의 경우 경매로 아파트를 싸게 산 것은 분명하지만 '반값 아파트'란 말은 허울뿐인 셈이다.

◆낙찰 포기사례 늘어, 입찰 시 주의해야

요즘 같은 하락장세 속에서는 값싼 부동산을 취득했다 하더라도 괜찮은 투자를 했다고 볼 수 없다. 다음달이면 구입한 부동산 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는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동산 경매시장에서 낙찰받았다가 경매포기로 이어지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11월 한 달 간 낙찰대금 미납으로 다시 경매에 부쳐지는 주택과 상가의 재매각 건수가 10월과 비교해 각각 45%와 31%나 증가했다. 몰수된 보증금은 약 37억원. 주택 당 2200만원 꼴이다.

경매는 특성상 입찰 때 보증금 10%를 내고 낙찰이 되면 약 45일 이내 잔금 90%를 내야 한다. 만약 납부하지 못하면 보증금은 돌려받을 수 없다.

포기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추락하면서 잔금을 내는 시점에 더 싼 매물이 출현해 차라리 잔금을 포기하는 경우, 금융권이 대출을 거부거나 한도를 줄여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 등이다.

또 살던 집을 내놓고 이사를 계획해 낙찰을 받았지만 부동산 거래 실종으로 집이 팔리지 않아 계획이 어그러지는 경우, 전세기간 만료시점에 맞춰 낙찰을 받았지만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해 잔금을 치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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