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막강엔화, 韓 명품쇼핑 이어 기업사냥?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 2008.12.10 16:59

5大상사·오리엔탈 계열사 등 한국 제조·IT사 '투자'

막강 엔화로 무장한 일본 대기업들이 한국시장을 조심스럽게 입질하고 있다. 일본 관광객들의 '명품'쇼핑에 이어 일본기업들도 헐값으로 떨어진 한국 기업에 눈독을 들이는 모습이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일본 5대 종합상사인 마루베니는 최근 오랜 협력관계를 유지해온 우신시스템 지분 5%이상을 전격적으로 매집했다. 물론 장기 재무투자를 표방하며 영업 및 마케팅 차원에서 협력방안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우신시스템 측은 지분매입 사실을 통보받은 적이 없다.

우신시스템은 자동차 차체 자동용접라인 제조업체로 마루베니와 함께 인도,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는 등 오랜 기간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마루베니가 9월초부터 다이와창구를 통해 꾸준히 주식을 매집하면서 우신시스템의 외국인 지분율을 5.57%로 높아졌다.

마루베니는 올 3월말 기준으로 자본금이 2626억8600만엔, 우리 돈으로 4조1000억원에 달하는 일본 5대 종합상사로 매출액 기준으로 3~5위를 오가는 기업이다.

일본 도쿄 디즈니랜드를 운영하는 오리엔탈 랜드그룹의 계열사도 이날 코스닥 IT업체인 펜타마이크로와 합작, 한국의 광 니켈 케이블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조만간 100억원 투자한 뒤 추가투자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시점과 액수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야쓰아키 가가미 일본 K&K쇼난매니지먼트(K&K Shonan Management)대표는 이날 서울 논현동 임페리얼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협약식에서 기자와 만나 "일본기업들도 상당한 불경기를 체험하고 있지만, 한국의 IT기업투자는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때문에 펜타마이크로와 함께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일본 K&K쇼난매니지먼트와 마이크로 뱅크사는 이날 펜타마이크로와 '광 니켈 페롤의 판매권 및 제조기술 전용 실시권'에 관한 협약식을 갖고 광 니켈 페롤사업을 공동추진키로 했다.

K&K쇼난매니지먼트는 도쿄 디즈니랜드 운영회사인 오리엔탈 랜드그룹 계열사다. 가가미 대표는 가가미 도시오(加賀見俊夫) 오리엔탈 랜드그룹 회장의 조카. 최근에는 영국 프리미어 리그 축구구단으로 1부 리그 승격을 눈앞에 두고 있는 플리머스 아가일(Plymouth Argyle)에도 투자하며 신임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최근 구단의 지분을 20%취득하면서 신임 이사로 선임됐고, 39%까지 지분을 늘릴 계획이다.

가가미 대표는 "한국의 IT기업은 우수한 기술을 갖고 있다"며 "한국은 일본 외에 광 니켈 페롤과 같은 첨단소재가 진출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시장"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일본기업들의 진출을 두고 일각에서는 강한 엔화로 무장한 일본기업들이 제조·IT부문의 값싼 한국기업 사냥을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환율과 주가 측면에서 일본 기업들에게 한국기업 투자는 매우 매력적인 상황"이라며 "일본 관광객들이 쇼핑을 늘린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시장에 대한 직접투자와 포트폴리오 투자가 늘어날 수 있는 유인이 강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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