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 11일 기대만큼 쏴 줄까"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 2008.12.10 16:27

묵묵부답 한은, 최근 분위기 크게 달라져

한국은행이 11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논의한다. 시장에서는 0.50%포인트 이상의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다.

한은 내부에서는 지난 10월 27일 열렸던 긴급 금통위 이후 금리인하 효과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힘을 얻어 왔다. 따라서 11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큰 폭의 금리인하가 단행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낳았다.

하지만 최근 기류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금리인하와 관련한 여러 여건이 크게 달라진 만큼 시장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10월 27일 열렸던 긴급 금통위에서 한 금통위원은 1.00%포인트 인하를 요구했다. 0.75%포인트로는 미흡하다는 주장이었다. 경기침체, 금융시장 불안 확산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전폭적인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다른 금통위원들이 이에 반대해 결국 0.75%포인트 인하로 결정됐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 10월말 0.75%포인트를 인하했음에도 단기금리와 중·단기금리 격차가 줄어들지 않는 등 효과가 기대에 못미쳤다"며 "이에 따라 금리인하를 통한 선제대응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의견이 내부에서 제기됐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인하 효과에 대한 이견이 최대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며 "한은에 쏠려 있는 유동성이 시중에 흐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이 시중에 공급한 유동성은 '핑퐁게임식'으로 한은에 되돌아오고 있다. 한은은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인 지난 9월 15일부터 이달 9일 현재까지 외화 172억2000만달러(약 23조원), 원화 12조8000억원 등 총 35조8000억원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에 환매조건부채권(RP·일정 기간 후 되사주는 조건으로 판매하는 채권)으로 은행들이 한은에 맡긴 자금은 6조5000억원에서 8조6000억원으로 2조원 가량 늘었다. 통상 5조원 수준인 규모에 비해 4조원 가량이 초과돼 있는 것.


여기에 하루짜리 단기자금을 한은에 맡기는 '자금조정예금'(이자가 기준금리보다 1%포인트 낮다)도 크게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자금조정예금의 규모는 공식 발표하지 않고 있다"며 "이 예금은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한은의 RP 매각 규모와 자금조정예금을 합치면 10조원 이상의 유동성이 한은에 쏠려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은행들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고 위험자산인 대출을 경쟁적으로 줄이고 있다. 공급받은 유동성을 굴릴 곳이 마땅치 않자 한은에 뭉칫돈을 맡기고 있다.

따라서 이번 금통위에서는 공급한 유동성이 은행을 거쳐 기업 등으로 흘러갈 수 있게 한다는 점에 초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4%인 기준금리를 내려 은행들이 수익성 차원에서라도 다른 곳으로 자금을 운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취지다.

금리인하를 위한 다른 여건도 무르익은 상태다. 한은 관계자는 "경상수지 적자 등 실물경기 위축이 본격화하는 반면 물가는 지속적으로 내려가고 있어 금리인하의 여지가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금리인하는 환율상승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최근 시장 흐름을 보면 외국인의 달러수요 등은 이와 무관하게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어 환율 부문의 압력이 낮아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은 내부에서는 그러나 "실물 위축이 본격화할 1분기를 대비해 정책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유동성 확대를 위해서는 이번에 큰 폭의 금리인하를 단행해야 하지만, 내년 1월 발표될 올 4분기 성장률이 크게 낮아지는 등 '악재'가 예고돼 있어 '단계별 금리인하'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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