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채, 사상 첫 '제로금리'… 의미는

뉴욕=김준형 특파원 | 2008.12.10 05:21

'안전선호'심화·디플레우려...'마이너스'시대 본격화

국제 금융시장의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몰리면서 미 국채가 사상 처음으로 제로금리로 발행됐다. 미국도 과거 일본과 마찬가지로 '마이너스 금리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9일(현지시간) 미 재무부가 실시한 300억달러어치 4주만기 국채 입찰에서 낙찰금리가 0.00%를 기록했다.
4주짜리 국채는 2001년부터 발행되기 시작했다. 미 국채 발행금리가 '제로'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주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2년전인 지난해 1월29일만 해도 5.175%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한바 있다.

발행금리가 제로를 기록한 것은 여전히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금융시장 불안감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이날 입찰규모가 발행금액의 4배에 달할 정도로 단기 자금을 안전한 국채로 운용하려는 금융기관들의 수요가 몰렸다. UBS의 채권 전략가 크리스 애런스는 "연말을 맞아 자금을 안전자산으로 옮겨놓으려는 '연말효과'가 가세하면서 수익률 하락을 부추겼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 은호성 차장은 "지난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금융기관들이 초단기 자금을 '안전자산'에 파킹하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미국 단기자금 시장은 사실상 이미 마이너스 금리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일본은 장기 불황으로 국채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은 있지만 미국이 마이너스 수익률이 현실화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채권 금리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자금 예치 수수료를 떼고 채권을 매입한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단기 국채 유통수익률은 이미 마이너스를 기록할 정도로 사상 최저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수익률과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미 증시 하락과 경기침체 우려 심화로 3 개월만기 미국채 유통 수익률은 이날 오전 마이너스 0.01%로 떨어졌다. 앞서 미 재무부가 8일 실시한 270억달러 규모의 3개월 만기 국채에 대한 입찰에서 낙찰금리는 연 0.005%를 기록했다. 이는 1929년 3개월물 국채 발행 개시 이후 최저기록이다.

벤치마크 금리인 10년만기 미국채 수익률도 0.06%포인트(6bp)하락한 2.67%로 떨어져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심화되고 있음을 반영했다. 2년만기 국채 수익률도 7bp 떨어진 0.87%를 기록했다.

국채 수익률이 사상 최저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데는 디플레이션 현실화에 대한 우려가 작용하고 있다.

이미 마이너스로 돌아선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더욱 곤두박질치고 에너지가격을 중심으로 물가하락세도 가속화할 경우 제로금리가 되더라도 실질 이자율은 상승하는 효과를 볼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은 손해인것 같지만 사상 유례없는 금융위기 상황에서 사실상 안전하게 수익을 낼 수 있는 자산이라는 점이 국채에 대한 수요 급증을 낳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모기지 금리를 낮추기 위해 국채를 대거 매입하는 방식으로 채권시장에 개입하고 있는 것도 채권가격 상승(수익률 하락)을 낳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 증시 관계자들은 미 정부의 대대적인 시장안정대책에도 불구하고 자금시장의 신용경색이 쉽사리 해소되지 않고 있고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갈수록 깊어지고 있어 '마이너스 금리'시대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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