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별관회의, 한국판 '워 룸' 으로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 2008.12.09 17:14

일사불란한 정책조율 될지 주목

우리나라 경제정책을 이끄는 수뇌부가 매주 회동하지만 청와대의 '비밀회의' 정도로 여겨졌던 서별관회의(거시경제정책협의회)가 공식화된다.

명칭도 경제금융점검회의로 변경돼 경제위기가 극복될때까지 상시적으로 운영된다. 한국판 '워 룸'(국가종합상황실)이라고 볼 수 있다. 경제금융점검회의는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국가 비상사태로 일컬어지는 최근의 경제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전시 지휘부'역할을 하게 된다.

◇'음지'에서 '양지'로=서별관회의 참석 멤버는 청와대 경제수석, 국정기획수석, 기획재정부 장관,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등 5명이었다. 이들은 해외출장 등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주 한번씩 청와대 서별관에서 만나 경제현황과 대책을 논의해왔다.

그럼에도 서별관회의가 철저하게 주변이 차단된채 열리는 비공식회의라는 점에서 회의 주제조차 알려지지 않을 정도로 비밀주의로 일관해왔다.

미국발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시장과 가계가 심한 홍역을 앓고 있는데도 '청와대-재정부-한은-금융위'가 망라된 서별관회의를 통해 '효험 있는' 대책이 나온 적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서별관회의가 무슨 친목 모임이냐"는 시장과 언론의 냉소를 받아야 했다.

정부도 이런 부정적인 여론이 고조되고, 경제위기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자 서별관회의를 전시 체계로 긴급 변경했다. 참석 멤버도 기존 5명 외에 기업 구조조정이 현안으로 대두되면서 김융감독원장도 포함시켜 6명으로 늘렸다.

앞으로 회의는 종전처럼 서별관회의에서 열리지만 회의 내용과 결과는 주무 부처에서 열리는 공식브리핑을 통해 언론에 공개된다. 그만큼 회의의 구속력과 무게감이 커지는 셈이다.

이헌재 전 부총리도 최근 강연에서 "정부가 경제위기 진행상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할 수 있는 '워 룸'을 한시적으로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었다.

◇한은 스탠스 변경 주목=그동안 서별관회의가 베일에 쌓였던 주요 배경으로 꼽히는 게 한은이다. 폐쇄적인 조직의 특성상 한은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리는 날 아니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걸 꺼려왔다.


정부 관계자는 "한은이 서별관회의 내용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싫어해 비밀주의가 더 강화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별관회의가 공식기구화됨으로써 한은도 대외적으로 발표되거나 추진되는 정부 대책에 대해 지금처럼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과감한 금리인하와 선제적인 자금 수혈 등의 요구가 많았음에도 보수적이고 '한박자 늦은' 소극적인 대처로 미 행정부와 정책보조를 한 미국 중앙은행(FRB)과 비교되면서 원성의 대상이 됐었다.

이 같은 현실상 서별관회의를 공식기구로 격상해 한은의 적극적인 동조를 유도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고 이번에 실행에 옮겨졌다는 후문이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도 한은에 비공식적인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사분란한 정책 나올까='워 룸'이 본격 가동되는만큼 앞으로는 주요 경제정책 대부분이 이 곳에서 논의되고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게중심이 '워 룸'으로 쏠리면서 경제정책 수행기관의 이기주의적 행태도 상당부분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옥석 가르기'의 총대를 멘 금감원 수장이 서별관회의에 참석함으로써 기업 구조조정 작업도 보다 급류를 탈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정부 관계자는 "경기가 더 악화될 경우 예상되는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과 집행, 구조조정으로 이어지는 작업이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영상] 가슴에 손 '확' 성추행당하는 엄마…지켜본 딸은 울었다
  2. 2 '100억 자산가' 부모 죽이고 거짓 눈물…영화 공공의적 '그놈'[뉴스속오늘]
  3. 3 속 보이는 얄팍한 계산…김호중, 뺑소니 열흘만에 '음주운전 인정'
  4. 4 [단독] 19조 '리튬 노다지' 찾았다…한국, 카자흐 채굴 우선권 유력
  5. 5 선우은숙 "면목 없다" 방송 은퇴 언급…'이혼' 유영재가 남긴 상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