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업 살리기' 우선 선택한 이유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서명훈 기자 | 2008.12.09 15:06

"외환위기 당시와 다르다"

금융감독원이 9일 발표한 '기업구조조정 추진 방향'에서 정부의 강력한 구조조정 의지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금융지원과 구조조정을 병행추진 하겠다고 말했지만, 어떻게 옥석을 가리겠다는 건 지 뚜렷한 방침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기업 살리기'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정부 주도 구조조정 없다"=기업 구조조정은 채권금융기관이 자율적으로 추진토록 하겠다는 것이 이날 발표의 핵심이다. 기존에 있던 채권금융기관조정위원회를 활용해 민간 주도로 기업에 대한 옥석가리기를 진행하겠다는 것. 이 과정에서 정부는 채권단의 이견을 조정해 주는 최소한의 역할만 담당할 뿐 구조조정은 철저하게 시장원리에 맡기겠다는 의미다.

이 같은 방침은 그간 청와대나 금융당국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감지됐다. 전광우 위원장은 최근 "지금은 수술보다 통원치료로 가능한 때고, 정부가 나서서 정리할 만큼 급박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기업이 이미 부실화된 상태였지만, 지금은 부실화된 게 아니고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을 뿐이라는 것. 그래서 과거와 처방도 달라야 한다는 얘기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외환위기 때는 대기업들이 하나 둘 무너지기 시작했고 대부분의 기업들이 부실화된 상태였다"며 "따라서 정부가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에 칼을 들이 대는 것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특히 "은행에 공적자금을 대거 투입했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할 명분도 충분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정부가 부실 징후 기업들을 줄 세워 구조조정 하거나 채권단이 해당기업 동의 없이 구조조정을 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나서 기업에 대한 옥석을 가렸다가 특혜의혹, 사후책임론 등에서 자유롭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0년 전과 다른 점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6월 236개 채권금융기관들은 협약을 통해 '기업구조조정위원회'를 발족시켰다. 1999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됐던 위원회는 채무탕감, 이자율 면제, 자구계획 등 기업회생 가능성과 워크아웃 여부를 결정하는 절대 권력을 휘둘렀다. 당시에도 금융 채권단이 중심이 됐을 뿐 정부는 '초법적 기구'라는 비판을 의식해 전면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막후에서 기업 살생부 작성 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하지만 올해 정부는 상시 운영되고 있는 채권금융기관조정위원회를 활용하기로 했을 뿐 민간 차원의 기업 구조조정을 총괄하는 조직을 발족시키지 않기로 했다. 이를 금융위와 금감원 산하에 만들어진 '기업재무개선지원단’과 호흡을 맞추도록 한 것이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그러나 "정부가 과감한 구조조정 의지를 보여줘야 하는데 시장원리를 강조하면서 은행에 대출을 독촉하고 있다"며 "원칙 없는 만기연장 등은 오히려 기업 구조조정을 늦춰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의 임원은 "사실 지금은 정부도 은행도 어느 누구하나 책임을 지고 싶어 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정부의 이런 방침이 자칫 기업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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