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재료 대란..재고로 버텼지만 내년은"

머니투데이 최은미 기자 | 2008.12.10 10:24

[환율쇼크, 수술대란오나]<1>수술재료 값 폭등

병원마다 인공수정체나 인공관절 등 수입에 의존하는 수술재료 조달에 비상등이 켜졌다. 환율 급등으로 가격이 급등했지만 건강보험에서 정한 가격은 그대로여서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원/달러, 원/엔 등 환율이 급등하면서 상당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필수 수술재료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올해까지는 쌓아둔 재고로 버티지만 내년까지 환율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수술재료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필수 치료재료는 대부분 건강보험에 적용돼 정부가 가격을 통제한다. 현재는 정부가 정한 상한선 내에서 병원과 수입업체가 거래하는 방식이다. 환율이 치솟아 수술재료의 수입가격이 정부가 정한 상한선을 넘어선 상황이 발생, 업체들이 수입을 중단하거나 수입중단을 검토하게 된 것이다.

건강보험 급여항목으로 묶여 있어 상한선 넘는 금액을 환자에게 부담시키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도저도 할 수 없는 병원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백내장 수술에 사용되는 인공수정체는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내년 상반기까지 지금 환율이 유지된다면 심각한 공급차질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주로 미국과 일본에서 수입하는데 일본제품은 이미 수입이 중단됐고, 미국제품도 언제까지 공급될지 미지수다.

실제로 관절이 망가져 고생하는 환자들에게 이식하는 인공관절의 경우 대부분 병원에서 미국산 제품을 쓴다. 한 관절전문병원 관계자는 "당장은 수입업체가 손해를 감수하며 환율이 내려가길 기다리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백내장 수술에 쓰이는 인공수정체도 거의 100% 수입에 의존한다. 국산제품은 거의 없거나 영세한 업체가 대부분이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미미하다. 주로 미국과 일본에서 수입해오는데 일본제품의 경우 원/엔 폭등으로 얼마전 수입이 중단됐다. 미국제품도 언제까지 공급될 지 미지수다.


망막수술 시 지혈에 사용되는 소모품 레이저프로브의 경우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업체 4곳이 수입을 중단했다. 망막수술을 받는 환자라면 무조건 써야하는 재료라는 점에서 더이상 수술을 할 수 없게 되는 상황도 예상하지 않을 수 없다.

정형외과에서 X-레이를 촬영할때 쓰는 방사선필름도 100%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라 가뜩이나 불경기에 힘든 개원가를 입박하고 있다. 1000원을 넘지 않던 필름가격이 환율급등으로 1500원까지 치솟은 상황. 대한정형외과개원의협의회가 "찍을수록 손해가 나는 것이 현실"이라고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을 정도다.

이외에도 심혈관시술에 사용되는 스텐트나 풍선카테터, 캡슐내시경 등 수술재료와 수술장갑, 진단결과기록지 등 소모품들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 비슷한 처지에 놓였다.

한 대학병원 구매총괄 담당자는 "병원계에선 업체들이 이미 수입해놓은 재고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사재기현상까지 벌이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올해 말부터 수술재료 대란이 시작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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