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시 택지공급 '봇물', 무더기 유찰 우려

머니투데이 김정태 기자 | 2008.12.09 11:29

공동주택용지 연말 총 15개 필지 3665억 공급

"수도권 택지도 안 팔리고 되사달라는 판인데…."

지방균형발전의 상징인 혁신도시의 택지 공급이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벌써부터 무더기 유찰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9일 국토해양부와 한국토지공사 등에 따르면 토지공사는 지난달 대구 신서와 경북 김천을 필두로 전남 나주, 강원 원주, 울산혁신도시의 공동주택용지 분양공고를 잇따라 내놓았다.

이들 지역의 공동주택용지 공급 규모는 총 15개 필지(57만3000㎡) 3665억원에 달한다. 분양 결과는 대구 신서와 경북 김천이 오는 15일, 강원 원주 15~17일, 울산 26일에 각각 나온다.

하지만 결과는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건설사 유동성 위기에다 '꽁꽁' 얼어붙은 부동산 경기 여파로 과연 혁신도시 택지를 사들일 업체가 있겠냐는 비관적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어서다.

이같은 분위기 때문에 토공도 나름대로 최선책을 세워 건설사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대행개발' 방식이다. 이 방식은 98년 외환위기 당시 시행한 방법으로, 부지조성 등 토목공사를 낙찰받은 건설사가 발주처로부터 공사비 일부를 땅으로 대납받는 것이다.

대구 신서와 경북 김천 혁신도시의 경우 조성공사 낙찰자가 해당 공동주택용지의 일부를 현물로 받도록 했다. 그러나 건설사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경기가 좋을 때나 업체들이 좋은 땅을 확보하기 위해 대행개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던 것"이라며 "현재 지방 미분양 물량이 넘치고 자금난에 허덕이는 상황에선 무의미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토공은 강원 원주와 울산 혁신도시에는 '대행개발'이 아닌 공동주택용지를 분양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토공 관계자는 "원주는 수도권과 가깝고 울산은 기업도시라는 입지의 이점이 있다"며 "특히 이번에 분양하는 공동주택용지는 이들 지역 내에서도 노른자위 땅이어서 어느 정도 수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토공의 '희망사항'에도 불구하고 택지 시장은 이미 '빙하기'다. 앞서 설계 공모 방식으로 진행된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의 경우 공동주택지 총 27필지(119만5000㎡) 11구역 중 6필지 3개 구역에 5개 민간 건설사만이 응모했다. 또 수도권 알짜배기 지역인 광교신도시의 비즈니스파크 PF공모에서도 입찰 업체가 없어 무기한 연기된 상태.

내년이 더 문제다. 주공과 부산 등 지자체가 조성 중인 혁신도시의 택지 분양 물량도 쏟아진다. 토공과 주공이 추진 중인 9곳의 혁신도시 공동주택용지 잔여 공급 물량도 115필지 약 580만㎡에 달한다.

이들 공기업이 추진 중인 9개 혁신도시의 토지보상률은 대부분 90%를 넘어섰으며 토지 보상비만으로도 3조억원이 넘게 투입됐다.

토공과 주공은 현재 건설사들을 살리기 위해 기업토지매입 및 환매와 미분양주택매입에 수조원을 쏟아 붓고 있는 상황이다. 혁신도시의 분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금 회수가 어렵게 돼 이들 공기업의 부담은 한층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공기업 이전만으로 혁신도시의 택지 공급물량을 소화하기는 어렵다"며 "해당 지역으로 인구 유입이 되지 않으면 지역경제에 두고두고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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