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항생제' 놓아야 실물위기 막는다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 2008.12.09 08:54

[2008 금융강국 KOREA] <2부>위기는 기회다 (3)

- '위기 도미노' 끊기 위해 주요국 전방위 지원
- 정부 선제대응 필요… 은행 자구노력도 과제

금융위기가 최근 기업·가계 등 실물경제로 전이되는 조짐이 보인다. 외환위기를 이겨낸 대기업들도 "견디기가 쉽지 않다"고 한숨을 내쉰다. 이런 상황에선 정부가 나서서 은행들의 기초체력을 올려주는 게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은행들은 유상증자, 후순위채 발행 등으로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올리는 등 자구노력을 하고 있으나 녹록지 않다는 표정이다. 정책당국은 "민간 우선"을 강조하지만 미국과 유럽 등의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은행 살리기=주요국은 금융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투입을 마다하지 않는다. 자금을 직접 투입하는 구제금융뿐 아니라 정부가 부실금융기관의 채무를 지급보증해 자금조달을 간접적으로 지원하기도 한다.
 
골드만삭스, 모간스탠리, JP모간 미국의 3개 대형은행은 지난달 하순 모두 172억5000만달러 규모의 3년만기 금융채를 발행하는데 성공했다. 최근 금융시장 여건상 불가능했으나 미국정부가 지급보증을 서준 덕에 투자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었다. 최근 유동성 압박을 받는 씨티그룹, BOA, 웰스파고, GE캐피탈 등도 이런 형태로 금융채 발행을 했거나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금융기관은 정부의 직·간접 지원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기업 및 가계대출에 투입할 계획이다. 금융위기의 진앙에서 위기극복의 싹이 트는 셈이다. 유럽정부도 금융기관들의 재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금융시장은 이를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국채와 같은 신용등급에, 수익률은 2%포인트가량 높은 채권이 등장하면서 회사채 시장의 냉기가 해소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부실이 발생한 상태에서 공적자금을 투입한 경우가 많지만 사후처리뿐 아니라 사전대응도 우리보다 앞선 느낌"이라며 "자칫 한국의 경제회복이 미국보다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선제 대응을=금융권은 그간 사후처방전이 적지 않았다고 볼멘소리다. 예컨대 한국은행의 은행채 매입은 금융시스템 붕괴를 막기위한 최소한의 조치였으나 마지못해 내놓은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최근 은행권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개선 노력에 대해서도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BIS비율을 12%까지 올리고, 자산건전성을 더욱 개선하라는 당국의 권고는 틀린 말이 아니다"라며 "하지만 은행들에 실물경제 지원을 요구하기 앞서 (정부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고통분담'이 안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은행들이 BIS비율을 높이기 위해 채권을 발행할 때 정부가 보증을 해주거나 한국은행이 매입을 늘리는 등의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 등의 보증을 통한 대출 확대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은행도 달라져야=물론 은행권도 변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은행들은 금융위기 직전까지 무리한 외형성장을 벌이면서 위기에 강한 체질을 만드는데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김병덕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초 파산한 영국 최대 모기지은행 노던룩을 예로 들었다. 그는 "노던룩은 막대한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보완자기자본비율을 관리해왔다"며 "BIS비율이 10% 안팎일 정도로 외형상 건전했으나 사실 임시방편식 처방에 의존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은행들도 무수익 자산매각뿐 아니라 사업구조의 효율화에도 관심을 두는 게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국내 은행들이 기본자기자본도 개선하고 있다는 점에서 노던룩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금융지주회사들은 은행뿐 아니라 수익이 나지 않는 자회사의 구조조정에는 인색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밖에 여신거래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을 줄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외환위기 당시 금융권이 한보 기아 등 부실그룹에 대한 처리를 1년 이상 늦추면서 부실을 키운 경험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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