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시대가 낳은 삐딱선'

증권부  | 2008.12.10 10:16

경제 대통령이라기보다 정치 선동가에 가까워

- 정부, 부자, 대기업, 국제자본에 대한 반감
- '열린사회' 만드는 게 부작용 막는 길


미네르바가 '인터넷 경제대통령'으로 뜬 것은 그의 경제적 식견 때문만은 아니다. 비관론은 그뿐 아니라 다른 전문가들 사이에도 있어왔고, 미네르바의 전망이 모두 맞았던 것도 아니다. 미네르바가 '다음 아고라'에서 대중적인 지지를 이끌어낸 것은 바로 그의 정치성이 한몫을 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금융통화위원)가 '미네르바'에 대해 촛불의 또 다른 형태라고 표현한 부분은 그런 점에서 정확했다.

그의 글 하나 하나는 한국 정부에 대한 불신, 가진 자들의 횡포, 대기업들의 착취, 투기적 국제자본의 음모로 가득 차 있다. 그에게 한국사회는 '1명의 부자를 위해 1000명의 서민이 희생되는 구조' 그 자체다.

미네르바는 위기가 오면 국민들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캘리포니아 별장으로 여름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이라고 질타한다. '사회 안전망은 존재하지 않으며 젊은이들은 '알바(아르바이트)나 다름없는 비정규직 생활을 통해 피를 빨리며 산다'고 말한다.

그는 '타이타닉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사회적 해결책이 아니라 개인적인 해결책'을 권한다. 그는 국내언론을 믿을 수 없으니 외신을 구독해야 하고,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치고 가난하지 않은 사람이 없으니 정치인은 신뢰해선 안된다고 말한다.

주위사람들을 설득하려고 하는 것은 '나만 미친놈 취급 받는 일'이니 권하지 않으며, '나만 알고 천천히 준비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제시하는 해결책중 하나가 이민이다. 그가 쓴 글 두 번 중 한번 꼴로 이민이란 단어가 나온다. 회화위주의 외국어를 연마하고, 기술을 익혀 이민을 가는 것, 그것을 네티즌들에게 요구한다.

그는 "한국이란 나라는 교육 의료 경제 등 어느 한 분야에서도 쥐꼬리만한 희망의 빛조차 보이지 않는 공간"이라고 질타한다. 그는 전문직, 대기업 직원, 아나운서, 기업인, 정치인 아니면 한국에서 싸그리 다 죽어버려야지, 솔직히 한국에서 사는 것 자체가 존재이유가 없다고 자극적인 발언을 쏟아낸다.


미네르바가 경제관련 글을 쓰는 것 같지만 그 밑에는 이데올로기에 기반한 선동적 구호들이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다. 미네르바가 경제전문가들로부터 배척이 되는 것은 경제적 전망이 옳고 그름을 떠나 정치적인 색깔을 강하게 띠고 있기 때문이다. 미네르바의 극단적인 공격성, 비약이 심한 음모론은 상대로 하여금 자칫 정치논리에 휘말릴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그가 '이명박 정부 때리기'를 네티즌들에게 제공하는 댓가로 '인기'를 얻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는데 대한 1차적 책임은 정부에 있다. 그의 공격을 받기에, 그의 음모론에 동조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항상 끌려다녔고, 급기야 미네르바의 글쓰기에 압력을 가하는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였다.

이른바 촛불집회에서의 '명박산성'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광화문 일대가 어떻게 되든 청와대로 가는 길을 컨테이너로 막아선 정부 말이다. 미네르바가 지적하는 것 처럼 한낱 인터넷 논객과 상대하고, 더 나아가 글쓰기에 압력을 가하는 정부의 모습은 미네르바의 인기를 더 올릴 뿐이다.

위기가 터지면 그 위기를 예측한 사람의 논리에 무조건적으로 동조하면서 그의 전망을, 그가 제시하는 해결책을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우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앞에 닥치는 위기는 항상 다름에도 불구하고, 예전의 위기극복 수장에게 기대려고 하는 것도 배척할 수만은 없지만, 그것만이 해결책일 수도 없다.

미네르바가 계속 득세하는 것은 미네르바 스스로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미네르바(지혜의 여신)의 부엉이는 해질녘에 날기 시작한다”고 했다. 야행성 조류 부엉이의 습성처럼 진리에 대한 인식은 시대에 앞서기보다 일이 끝날 무렵에야 알게 된다는 것이다. 미네르바의 끝은 경제 회복에 대한 자신감이다.

미네르바의 존재를 통해 우리사회의 내재된 문제의식을 끄집어내고, 여기에서 싹트는 불만과 분열을 치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우리 당국, 정치권, 학계의 숙제이며, 이것이 해 뜨는 아침에 미네르바를 숲속으로 돌려보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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