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개혁 급류…과도한 인사권 축소 추진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 2008.12.08 17:13

정부 "국민.정부.농협 3위 일체 여론 형성" 자신감

'공룡' 농협에 대한 정부 주도의 개혁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는 농협이 정부 산하기관이 아닌 생산자 단체라는 이유로 한발 물어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가락시장 질책'을 계기로 다시 농협을 수술대에 올리기로 하고 8일 이같은 방침을 밝혔다.

농협 개혁의 요체로 지목됐던 과도하게 커진 농협중앙회장의 인사권 축소와 지배구조 개선 문제 등에도 '메스'가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 정부에서 번번이 실패했던 농협 개혁 작업이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 "분위기 무르익었다"=정부가 농협을 개혁하겠다고 팔을 걷어부친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2월 한 토론회에서 "농협이 센지, 대통령이 센지 한번 해보자"는 말까지 했지만 결국 농협 개혁에 실패했다.

그동안 농협을 개혁하겠다는 취지로 농협개혁위원회가 설치된 것만도 4번이다. 이번까지 더하면 5번째가 된다. 그만큼 농협 개혁이 어렵다는 얘기다.

현 정부도 지난 9월 농협중앙회장의 인사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농협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공청회 등 여론 수렴 과정에서 반발이 크자 백지화했다. 다만 손대기 쉬운 경제사업 활성화 부분만 개정법에 담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해왔다.

정부 당국자는 "농협 조합장 등 농협 내부의 반발은 둘째로 치더라도 법 개정의 당사자인 국회의원들의 반대가 너무 심해 원안대로 추진하기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과정에서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농협 개혁에 대한 국민적 호응이 고조됐고 여기에 이 대통령이 지난 4일 가락시장을 방문해 농협을 강하게 질타하면서 정책 의지까지 더해지게 됐다. 농협 스스로도 위기감이 고조되며 혁신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협 개혁이 결코 쉽지 않은 문제지만 지금처럼 전체적인 공감대가 형성된 적도 없고 농협 자체적으로 스스로 혁신하겠다고 나선 적도 없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중앙회장 인사권 축소가 핵심=농협 내외부에서 한결같이 거론하는 농협 개혁의 핵심은 중앙회장의 인사권 집중 해소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 9월 추진했다 결국 백지화했던 개혁안에서 중앙회장의 농협 임원 추천권을 없애고 농협 임원은 독립적인 인사위원회에서 추천하도록 했다.


중앙회장에게 신용·경제부문 대표 등 주요 임원을 지명하는 막강한 인사권을 부여하고 있는 현 제도가 세종증권 인수 비리와 같은 불상사가 발생하는 배경이 됐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이번 개혁안에서 중앙회장의 인사권 축소를 다시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연임 제한이 없었던 회장 임기도 어떤 식으로든 손볼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정부안이 이번에 그대로 추진된다면 중앙회장은 '제왕'에서 '얼굴마담'으로 격하되게 된다.

농협조직 하부를 구성하는 일선 조합장의 '힘'을 빼는 작업도 재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9월 1190명이나 되는 단위조합장을 비상근으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당사자들의 저항이 워낙 심해 포기했다. 정부는 직선제로 뽑는 단위조합장 선출 방식을 변경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도 자발적 구조조정=세종증권 인수 비리 의혹과 이 대통령의 질책 이후 궁지에 몰려 왔던 농협도 자체 구조조정 방안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농협은 이날 긴급 자회사 사장단 회의를 열어 실적이 미미한 사업은 과감하게 청산절차를 밟도록 했다. 현재 25개인 자회사는 2010년까지 16개로 줄어들게 된다. 증권·선물·자산운용 등 3개 금융자회사도 통합 또는 수직계열화가 추진된다.

아울러 자회사 전체 상근 임원의 보수를 10% 삭감하고 임원도 22% 감축키로 했다. 신규 임원은 내외부 공모를 거쳐 영입된다. 지난 5일 농협 중앙회 임원에 이어 이날 자회사 임원들도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농협은 지난 4일에는 금융지주사와 유통사업 지주사로 분리, 농기계 임대사업 확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농협 관계자는 "직원들의 인력재배치와 퇴출 프로그램 운영과 같은 인력조정이 담긴 개혁안도 최대한 빨리 마련해서 공개할 예정으로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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