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외부요청이 있었냐'는 질문에 "들은 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제전망의 '이례적인' 발표 연기는 종전 한은 스타일과 다르다는 점에서 여러 가지 추측을 낳고 있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담긴 이번 전망은 금주 '주간보도계획'에 버젓이 올라 있었고, 발표 하루 전 전격 연기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한은은 연기 배경에 대해 "올 성장률 전망 발표 때 부터 몇가지 방침을 새로 정했고, 이번 연기도 같은 맥락"이라고 해명했다.
한은 관계자는 "앞으로는 12월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결정 이후에 다음해 성장률 전망을 발표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금통위의 금리결정 전에 성장률을 발표할 경우 '부담'이 될 수 있어 이번 부터 뒤로 미뤘다는 것.
"최근 국내외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금통위 본회의 개최 전 전망발표가 시장에 불필요한 혼선을 초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게 한은의 논리다.
한은은 또 경제 전망 범위를 종전 1년치에서 2년치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또 기존 12월 본전망 이후 이듬해 7월 수정전망하던 것에서 4월 수정전망을 새로 포함시켜 연 3회로 확대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내년 성장 전망이 예상보다 어둡거나, 보다 큰 폭의 금리 인하 압력을 받을 것을 우려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채권딜러는 "유가와 환율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한은의 전망치가 다른 민간경제연구소 것 보다 낮게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며 "2% 중반대를 공식전망하면 사실상 금리 인하 룸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경제성장 전망치가 낮게 나오면 금리인하 압력이 강해질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라며 "(한은이) 압력을 피해보자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은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은의 성장률 전망은 대단한 정보를 담은 것도 아니고, 수치 확정 수준"이라며 "이처럼 연기하는 것은 공연히 시장 불안감만 키울 뿐이어서 이해하기 힘든 조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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