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안펀드', 운용사는 '능력' 보다 '가문'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 2008.12.08 17:13

회사채 운용능력보다 투자자 계열사 '밥 그릇' 챙기기

채권시장안정펀드(이하 채안펀드)의 위탁운용사 선정 기준이 도마에 올랐다. 채안펀드의 운용사 후보중에는 회사채 운용의 핵심인 신용분석 조직이 없거나 심지어 회사채펀드를 운용한 경험마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증권 및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채안펀드의 운용사를 산업은행과 국민은행을 포함한 은행권의 계열 자산운용사에게 맡기는 방식으로 골격을 잡아가고 있다.

채안펀드는 최근 불거진 기업의 부도 위험 등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곳을 지원하기 위해 회사채나 은행채,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에 집중투자하는 정부 차원의 금융시장 안정대책 중 하나다.

채안펀드 운용은 회사채의 신용평가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용등급에 비해 저평가 된 우량한 회사채를 골라 매수해야 부실한 채권과의 '옥석가리기'가 가능해져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회사채시장의 동반 부실화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논의되고 있는 채안펀드의 운용사 선정 과정을 보면 이와 무관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회사채 운용능력보다 누가 채안펀드에 많이 투자했는지를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

채안펀드는 산업은행 2조원을 포함해 은행권에서 총 8조원을 투자하고 생명보험업계(1조5000억원)와 증권업계(5000억원)에서 자금을 모아 총 10조원 규모로 조성된다.

각 업권별로 자산규모가 큰 회사일수록 돈을 더 많이 내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출자금이 가장 큰 은행의 계열사인 산은자산운용, KB자산운용, 신한BNP투신운용(SH자산운용 포함), 하나UBS자산운용을 비롯, 생보업계 1위인 삼성생명의 계열사인 삼성투신운용 등도 위탁 운용사로 꼽히고 있다.


이중 KB자산운용, 하나UBS 등을 제외하면 나머진 회사채펀드 비중이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이 방안으로 확정되면 일부 회사는 운용이 불가능한 구조"라며 "일부 자산운용사는 신용등급 BBB급 이하 회사채를 매수하지 못하도록 한 내부규정마저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회사채펀드에 투자하는 '펀드오브펀드'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런 문제 때문에 출자자 위주로 펀드 운용을 맡긴뒤 타 운용사의 회사채펀드에 투자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며 "채안펀드가 투자하는 하위펀드의 경우 신규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번거로울 뿐 아니라 비용 문제등도 생긴다"고 설명했다.

한편, 채안펀드는 이르면 이번주내 위탁 운용사 선정 등을 마무리짓고 다음주께부터 본격적인 운용을 시작할 방침이다.
운용사별 회사채펀드 운용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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