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생존 걱정" …위기의 은행들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 2008.12.08 10:11

[2008 금융강국 KOREA] <2부> 위기는 기회다(2)

-BIS비율 유지· 기업자금 지원… 전방위 압박
-실물경기 침체 최악상화 대비 자본확충 사활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만난 A금융지주의 임원은 "내년 경제상황이 어찌될지 솔직히 가늠이 안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과 부실채권 비중 등 건전성 지표는 아직 양호하지만 글로벌 금융 불안이 지속되고 실물경제가 위축되면 앞으로 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그는 크게 우려했다. 굳이 BIS비율 12%대를 유지하려는 것도 이에 대비해 위험손실 흡수 능력을 사전에 키워놓자는 의도다.


B금융지주의 한 임원은 내년의 화두를 묻자 주저하지 않고 '생존'이라고 답했다. 기업이나 은행 할 것 없이 버티며 살아남는 것이 최선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시중은행들이 현재 위기를 어느 수준으로 생각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려도 고금리 현상이 계속되고, 돈을 풀어도 실물시장으로 흘러들지 않는 기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발등의 불, BIS비율=금융감독원에 따르면 9월말 현재 국내 18개 은행의 BIS비율은 10.79%로 지난해 12월 말보다 1.52%포인트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유가증권 평가손실이 확대되는 등 자기자본이 감소한 반면 환율 상승에 따른 위험가중자산은 증가한 탓이 크다.

당기순이익과 수익성 지표도 나빠졌다. 부실대출이 늘어나면서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은 데다 보유 주식과 채권의 가격까지 급락했기 때문이다. 올 3분기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8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조8000억원(36.2%) 감소했다.

연말이면 은행들은 건전성을 나타내는 BIS비율을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 감독당국도 BIS비율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라고 독려하고 있다. 실물경기가 본격적인 침체기에 접어들면 기업 도산은 물론 가계 부실로 금융기관이 동반 부실화될 우려가 있는 탓이다. 이렇게 되면 신용경색이 더욱 심화되고 경제에 다시 충격을 주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그럼에도 한편에선 기업을 살리기 위해 대출에 나서라고 압박한다. 은행 입장에서 보면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한계에 몰린 기업에는 대출을 해주지 말아야 한다. 위험가중자산이 늘어 그만큼 BIS비율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한계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은 BIS비율을 더 떨어뜨릴 수 있어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며 "중소건설사, 조선업의 구조조정 가능성에 따른 추가 손실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탓인지 은행들이 여기서 깨지고 저기서 깨지는 등 '동네북'이 된 지 오래다"며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지만 돌아오는 건 싸늘한 눈총뿐"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최악 상황 대비 자본확충=시중은행의 BIS비율은 당장 크게 걱정할 수준이 아니지만 기업과 가계 부실이 현실화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총여신 대비 부실채권 비중이 2003년 카드사태(2.7%) 수준으로 상승하면 BIS비율은 9%대 후반으로 낮아지고 추가 손실은 7조원을 웃돌 수 있다. 부실채권 비중이 5%로 높아지면 BIS비율이 8%대 초반으로 떨어지고 추가 손실은 18조원에 달할 수 있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성장률이 2%대 이하로 하락하고 세계경제 부진이 지속되면 부실채권 비중이 5%대 이상으로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현재 경제상황에서 다소 보수적으로 가정하더라도 BIS비율은 한자릿수로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시중은행의 한 임원이 "BIS비율 12% 유지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얘기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그는 "내년에 잠재부실 우려가 한꺼번에 현실화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면 BIS비율이 4%포인트 가량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BIS비율이 8% 이하로 떨어지면 적기시정 조치가 가해진다.

이런 탓인지 은행들은 자본확충을 통해 대출여력을 늘리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발행한 7조원 가량의 후순위채 판매가 완료되면 BIS비율은 11%대를 회복할 수 있다. 지주사들이 회사채 발행을 통해 은행들을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정부도 우회적으로 은행권의 자본 확충을 돕고 있다. 은행의 후순위채나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사들이거나 은행의 부실채권을 매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일각에선 선제효과를 노리려면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정부의 직접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은행 부실이 심각하지 않다는 점에서 은행권 등에서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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