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신드롬, 5가지 이유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08.12.10 11:04
사이버 경제논객 '미네르바'의 한마디, 한마디에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그가 다음 토론방 ‘아고라’에 올린 글은 평균 5만개의 조회 건수를 기록하고, 아래에는 평균 1000여개의 댓글이 달린다. '인터넷 경제 대통령', '누리꾼들의 교주'라는 수식어까지 따라붙는다.

지난 2일 한 경제지 논설위원이 칼럼에서 세태를 풍자하기 위해 '미네르바'를 자처하자 다른 경제지가 이를 사실로 보도해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것이 그의 인기를 방증한다. 미네르바가 "한국의 IMF(국제통화기금)는 거의 기정사실로 보인다"고 하자 기획재정부가 직접 "IMF의 한국지원설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한 일까지 있었다.

그럼에도 머니투데이가 지난달 중순 실시한 인터넷 투표에서는 참가자 1만4464명 가운데 70%가 "정부보다 미네르바를 더 믿는다"고 답했다. '미네르바 신드롬'이라 할 만 하다.

한 투자자문사 사장은 "조선시대 '일지매'가 실존했다면 아마 이런 인기를 누렸을 것"이라고 했다.

익명의 비관 논객 '미네르바'가 이처럼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뭘까? 9월 리먼브러더스 부실화, 10월 원/달러 환율 폭등처럼 예측이 적중한 것 외에도 5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가 다가오는 와중에도 낙관론만 되뇌인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컸다. 9월15일 리먼 파산으로 금융위기가 현실화된 뒤에도 정부는 9월25일 '2009년 세입예산안'을 발표하면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5%로 제시했다. "내년 3% 성장도 쉽지 않다"는 최근의 지배적인 전망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둘째 지난 9월까지 경제연구소, 증권사 등 대부분의 제도권 연구기관들이 이해관계 탓에 현실을 외면하고 '낙관' 또는 '중립'에 가까운 보고서만 펴낸 것도 미네르바가 집중조명을 받은 이유다. 대부분의 언론도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셋째 일부 누리꾼들 사이의 '반(反) MB 정서'도 미네르바에게 힘을 실어줬다. 여러 경제지표를 토대로 현 정부의 무능을 질타하는 미네르바의 글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사태' 이후 구심점을 잃은 일부 누리꾼들에게 정권 비판의 이론적 근거를 제공했다.


넷째 미네르바 특유의 '독설'도 한몫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잔인하게 말해 경제를 **도 모른다. 무능력이 모조리 들통난지 오래다"(10월22일) 등의 거친 비판이 누리꾼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했다.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서서히 엄습해오는 불안감도 미네르바가 주목받게 만든 이유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지 몰라 불안한 상황에서 단호한 문체로 위기를 구체적으로 경고하는 미네르바에게 많은 누리꾼들이 매료됐다.

그러나 미네르바가 일부 누리꾼들이 믿고 있는 것처럼 초인적인 분석력을 가진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 3월 미국 5위 투자은행(IB) 베어스턴스가 무너진 직후부터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비공식적으로 4위 IB 리먼브러더스를 비롯해 상업은행인 씨티뱅크, UBS 등의 부실화 위험을 경고했다.

그럼에도 대다수 제도권 분석가들은 해당 기관의 이해관계 때문에 비관적 전망을 공개적으로 밝힐 수 없었다. 한 증권사 이코노미스트는 "리먼브러더스 부실화와 그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올 여름부터 예상됐던 것"이라며 "분위기 상 대놓고 발표할 수 없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네르바는 '익명성' 덕분에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었다는 것이 유일한 차이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미네르바와 같은 비제도권 전문가들의 자유로운 분석과 전망은 인정하되 지나치게 경도되지는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펀드매니저는 "소속 기관의 입맛에 맞고 틀에 박힌 보고서만 양산하는 제도권 전문가들과 달리 다양한 시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미네르바와 같은 재야 전문가들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예측은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는 것인데 한 사람의 논리에만 빠져 스스로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 '자기 예언적 실현'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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